김실 전 인천광역시 교육위원회 의장
김실 전 인천광역시 교육위원회 의장

2022년 고시되는 ‘2022년 교육과정 총론안’이 나왔다. 교육과정은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학생이 배워야 하는 교과별 내용과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의 방향 그리고 지도 선생님의 학습지도 내용과 방향을 담고 있다.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새롭게 학생별로 과목을 선택해 학습하도록 하는 등 2023~2025년에 걸쳐 크게 달라진다.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2022년 교육과정 총론안은 각급 학교별·학년별·학생별로 배우는 내용과 배우려는 과목, 시험과 입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교육의 바탕이 된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2025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새 교육과정을 적용해 시행하도록 한다. 

가장 큰 변화가 있을 학교군은 학점제가 새롭게 도입되는 고등학교다.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도는 학생 개인별로 수강하기를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히 대학 진학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들에게 중요한 국어·영어·수학 교과의 이수 학점(단위)이 줄어든 게 핵심으로, 2021년 이전엔 1학점(단위)이 50분 수업에 17시간을 이수해야 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1학점이 50분 수업을 16시간에 마치도록 해 실제로 국어·수학·영어 교과가 현행 각 과목별로 10학점에서 8학점으로 감축된다. 결과적으로 교과별로 35시간씩 총 105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국어·영어·수학을 현 고등학생보다 2학기 정도 이상 덜 배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특히 수업량에서 3년간 고등학교 204학점(단위)에서 192학점(단위)로, 고등학교 3년간 총 수업 시간은 2천890시간에서 2천560시간으로 330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삶의 중요한 덕목을 가르치는 통합사회에서 경제, 정치와 법을 진로 선택으로 바꿔 현행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축소하고, AI와 창의성을 배우는 과학탐구 영역을 12단위에서 19학점으로 축소했다. 국어·수학·영어 등 중요 교과목 수업시간을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 학생 수업 선택권 확대라고 얘기하지만, 코로나19로 전체적으로 학력이 떨어지고 더욱이 학력 격차가 커지는 현실에서 학부모는 줄어든 수업량을 사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에 결과적으로 사교육시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인재를 키운다면서 디지털 소양에 필수적인 수학과 과학시간 축소는 시대 발전에 엇박자이고, 소통과 배경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사는 데 배워야 하는 세계인으로서 사회교과 축소를 문제로 지적받기도 한다. 실제로 고교학점제는 대학생처럼 고등학생이 필수 과목인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나머지 시간은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과목을 골라 배우는 제도이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가 짜주는 시간표에 따라 학급별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학생이 선택한 교과목을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다. 교육과정 취지와 대학 입시제도를 보면서 대학 입시에 비중이 높은 교과목의 수업 시수 시간을 줄이면 학부모로서는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결과적으로 교육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다. 오직 학생과 국가,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교육과정으로 모든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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