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한 여성이 남편과 두 번째 사별하고 믿음직한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세 번째 남편은 아내를 지극한 마음으로 사랑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행복에 겨워야 할 부인은 어쩐 일인지 몸은 더 약해지고 얼굴마저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 갔습니다. 보다 못한 남편이 물었습니다. 

"어디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거요?"

그러자 부인은 단지 마음의 병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이에 남편은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해서 어떻게 사랑해주면 되겠느냐고 묻자, 부인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당신이 또 죽으면 어떻게 해요?"

이 글은 어느 목사님의 설교 자료집에 있는 예화입니다. 두 번이나 병으로 남편을 잃은 부인은 건강한 지금의 남편을 건강하게만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또 죽을까 두려웠던 겁니다. 부인의 걱정이 이해도 됩니다. 두 번이나 엄청난 슬픔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심해지면 결국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을 쓴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우울증 증세 가운데 하나가 ‘자아도취’라고 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느낌을 실제보다 과장하는데, 예를 들면, 슬픔을 느끼면 그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미래의 삶과 모든 활동에 그것을 투사해 결국 자신의 슬픔을 증폭시킨다는 겁니다. 결국 자신의 슬픔만을 중시하며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감정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감정에 파묻혀 불행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또 죽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러려면 생각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 남편이 또 죽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서 ‘이 사람만큼은 건강할 거야’라고 의도적으로라도 바꾸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에서 저자는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열연한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한 사건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전합니다.

영화 속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심리학 교수로 유년시절의 상처로 방황하는 수학 천재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 무척 애를 씁니다. 그는 자책과 분노로 뭉친 윌을 이렇게 위로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가 윌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동시에 윌이 가장 듣고 싶어 한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윌은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웁니다. 이렇게 우울증에 걸린 제자를 살려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자는 그 보도를 접하며 깨달았다고 합니다.

"우울한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위로한 사람도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질 수 있음을 알았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교차하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며 삶이라는 기나긴 여정은 이어집니다. 어느 것 하나만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행복의 비결인지도 모릅니다. 슬픔과 실패라는 고통의 길에 내가 들어섰다고 해도 그것은 잠시일 뿐입니다. 그냥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그러면 기쁨과 성공의 문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많이 힘든 시기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지치고 무너지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가까운 지인이든 아니든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가 윌을 살린 그 한마디를 그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사회를 그려봅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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