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호모로퀜스(Homo loquens)란 ‘말하는 인간’,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로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것은 언어라는 의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평생의 삶을 영위한다. 

한 이발사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젊은 제자 한 명을 들였다. 제자 이발사는 열심히 기술을 전수받았고, 드디어 첫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배운 기술을 최대한 발휘해 머리를 깎았다. 그러나 거울로 머리를 확인한 손님은 "너무 길지 않나요?"라고 투덜거렸다. 제자 이발사가 당황하자 스승 이발사가 미소를 지으며 "머리가 너무 짧으면 사람이 좀 경박해 보인답니다. 손님에게는 지금처럼 조금 긴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라고 말했다. 손님은 기분이 좋아져 돌아갔고, 두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이발이 끝나고 거울을 본 손님이 "너무 짧게 자른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제자 이발사가 대꾸를 못하자 스승 이발사가 거들며 말했다. "짧은 머리는 긴 머리보다 경쾌하고 정직해 보이는데, 손님이 지금 딱 그렇게 보인답니다." 

손님은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갔고, 세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이 손님은 머리는 마음에 들어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불평했는데, 스승 이발사가 "머리 모양은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머리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요"라고 말하자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네 번째 손님이 들어왔고, 그는 이발 후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참 솜씨가 좋으시네요. 겨우 20분 만에 말끔해졌어요." 스승 이발사는 손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시간은 금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손님의 바쁜 시간이 단축됐다니 저희도 매우 기쁘군요"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스승 이발사는 제자 이발사에게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다네. 어떤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손해 보는 것도 있지. 또한 세상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데, 나는 오늘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네에게 격려와 질책을 함께하고자 한 것뿐이라네"라고 말했다. 

언어에는 그것이 갖는 온도와 색깔, 긍정과 부정의 힘이 있으며, 이런 것들이 말하는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그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감정의 좋고 나쁨을 결정짓는 것은 말의 온도이다. 말의 맞고 틀림을 떠나 같은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차갑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삼라만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이 있다. 봄의 새싹처럼 생동감 넘치는 언어가 있고, 진녹색의 여름 같이 푸름의 싱그러움이 있으며, 단풍의 계절 가을답게 울긋불긋한 아름다움도 있다. 때로는 눈보라 치는 겨울같이 날카로운 비판의 언어도 있다. 

언어에는 양날의 칼과도 같은 긍정과 부정의 힘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긍정적이면 상대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게 되고, 부정적이면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은 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을 평가하고, 말이 바뀌면 그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말에 긍정의 힘이 있는 사람의 자세와 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롭고 편안하다. 

정보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말의 전파력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전파되고 확산되는 세상이 됐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된 말에 마음이 열리는 사람은 없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를 조심스럽게 헤아리는 것이다.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 힘이 되는 사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말에 마음을 담는 사람이다. 말은 곧 사람이며, 말과 사람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다. 언어는 사람의 마음 모양을 그대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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