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유지하려고 빌린 돈이 120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자영업자 238만4천 명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803조5천억 원으로, 1년 만에 118조6천억 원이 급증했다. 이는 전년도 증가액의 두 배 수준으로, 전체 자영업자 542만 명의 44%가 일반 시민의 4배에 달하는 평균 3억3천700만 원의 빚을 진 셈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사업터전을 지키고자 여러 곳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 자영업자’도 지난해 말 기준 약 20만 명으로 1년 사이에 55%나 늘었다. 임대료, 전기료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 중에는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통계 수치보다 실제 빚 부담은 훨씬 더 크리라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기대를 걸어왔던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이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상 기간과 손실보상 비율 등에서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고, 실질적 지원과 동떨어지면서 생계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법에 명시된 지원 대상을 분별하기도 힘들지만, 기준에 딱 맞아떨어진다 하더라도 넉넉하지 못한 보상액에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관련 조사에서 업종별 평균 수령액이 식당·카페 286만 원, 노래연습장 379만 원, 유흥시설 634만 원 등 대체로 2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이고, 1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받는 사업체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집계됐다. 불과 10만 원을 받는 업체도 무려 14.6%나 된다고 하니 법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지난달 14일 정부는 총 14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방침을 확정했다. 규모야 어찌됐든 여야가 정쟁을 떠나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고, 사안의 시급성으로 우선 초과 세수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00만 원씩 신속하게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표심 얻기에 바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매출과 상관없는 임대료, 인건비 등의 고정비 상환을 감면하는 ‘한국형 고정비 상환감면 대출제도’ 도입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부 보증으로 선대출 후임대료와 공과금을 상환액에서 50% 제외해 주는 ‘한국형 대출 감면제도’를 내세웠다. 겉으로 보기에 양쪽 다 큰 도움이 되는 정책들로 보여지나 어쩔 수 없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자영업자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한마디는 몇 배로 더 크게 다가온다. 생계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만큼은 또다시 한숨 속 ‘희망고문’으로 끝나는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