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는 서지 말라"는 구호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승자독식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테지만 승패를 마치 운명적인 결과로 여기는 풍조가 나날이 높아지는 인식에서는 참으로 황당한 주장일 터이다. 이기는 자가 꼭 아름답고 옳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이 구절은 다른 의미가 있다. 즉, 천운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면서 나선다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수효 면에서 다수이고 좋은 여건을 갖고 있을지라도 장단점을 헤아리고 여러 형태로 접근해 허실을 알아내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으니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손자는 그 후속 구절에서 "사람들은 모두 아군이 이기는 원인이 되었던 군형은 알지만(人皆知我所以勝之形), 아군이 승리를 거두도록 변화한 군형은 알지 못한다(而莫知吾所以制勝之形)"고 하면서 이긴 계책은 되풀이해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요즘 대선에서 단일화 여부가 화제다. 예전에 냈던 DJP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연합이 운위됐는데 그런 방식으로 과연 될까?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쪽이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써야 한다는 고언이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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