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얼마전 `천마'터널의 명칭문제로 설왕설래하다가 결국에는 향토사학자의 견해를 받아들여 천마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초기의 명칭은 `천마'였는데 후일 `철마'로 기술되다 보니 그 선택의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철마는 천마가 변음된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통설이나 이 역시도 천마산의 유래를 되짚다보면 천마산의 명칭 자체부터 다시 규명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사의 첫번째 과제였고 사물의 구별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합의를 필요로 했다. 우리가 움직이는 동물을 `개'나 `소'라 부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개가 됐고 소가 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서울, 인천, 부산 등으로 구별이 필요했다.


지명엔 지역 특성과 사연 담겨

 
그런데 하나의 명칭이 생성됐다면 그 연유가 있었을법한데, 그 유래를 밝히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왜 개라고 이름지었는지, 왜 인천이라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저 막막할 뿐이다.
 
지명의 유래를 밝히는 작업은 꽤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고, 향토사에 있어서는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곶(串)의 안쪽이라 해서 곶+안→고잔이 된 이야기는, 평범한 얘기이면서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흥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지명은 대체로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 애환과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애절한 사연이 그 지역의 지명으로 대체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 이름자만 보아도 지역의 특성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지명은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또는 한자로 기술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선 태종 13년(1413) 주(州)자를 가진 도호부 이하 군현명을 모두 산(山), 천(川) 두 글자 중 하나로 개정하도록 해 당시의 인주가 인천으로 되었다든가, 조선 중기의 대표적 유학자인 `이적'이, 중국 황제의 이름과 같다 해 `이언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배꾸지, 배꼬지'라 불리던 지명이 한자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배(배 `이' : 梨)+꽃(꽃 `화' : 花)으로 한자화해 `이화'리로 바뀐 것도 한 예이다.
 
굳이 인천의 경우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곳곳의 지명 유래가 시원스레 밝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자의 수도 제한적인 데서 기인하겠지만 “잘은 모르겠지만 옛부터 그렇게 전해 내려왔다”는 경우도 있고, 일제시대에 불려졌던대로 지칭되거나,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게끔 재편집한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구전돼 오다가 한자어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의미로 변형될 때는 더욱 그렇다. 인천국제공항의 건립논의가 한창일 때 무의도에 대한 지명유래를 한자어 그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선녀가 춤추며 노니는” `舞衣'(무의)로 표현하는, 그야말로 경악스런 지경에까지 도달한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최근 인천 지명에 대해 꽤 많은 자료를 섭렵해 정리한 책이 발간돼 지명의 어원을 찾고 유래의 과학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리하여 월미섬은 `물이 섞이는 섬' 정도의 뜻으로, 한자 이름 그대로 `달의 꼬리처럼 생긴 섬'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든가, 임금이 강화도로 피난을 가던 중 이곳에서 배를 태워준 사람(뱃사공)이 `손돌'이어서 손돌목이라기 보다는, 손돌은 `좁은 목'이라는 뜻의 우리말일 뿐이라고 한 것은 답보상태에 있던 인천의 지명연구에 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지역사랑 위한 관심을

 
이제 손돌목과 관련한 인간 `손돌'의 애틋한 고사가 사라진다 해도, 달꼬리를 연상하며 거닐던 월미도의 대한 낭만적 추억이 사라진다 해도, 새로운 지명이야기는 계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더욱이 기존의 많은 지명들이 그 지역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음에도 그 유래나 연원조차 알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아야 한다.
 
이야기가 있는 마을,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있어 더욱 생동감을 느끼는 마을, 그래서 내고장 이야기를 자랑스레 들려줄 수 있는 `지역사랑'을 위해, 그 지역의 지명과 특성에 걸맞는 `새로운 지명유래'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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