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123분 / 로맨스 / 12세 관람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록산은 남자의 꽃이나 인형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귀족 여성이다. 자신을 탐내는 돈 많은 권력가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가 첫눈에 반한 남자는 시라노의 연대로 발령 난 신병 크리스티앙이다.

시라노는 훤칠한 외모의 크리스티앙을 보며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 전장을 이끄는 용맹함과 결투 실력, 거기다 음유시인이라 할 만큼 빼어난 글솜씨와 언변까지 갖춘 그이지만 외모만큼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라노는 키와 체격이 성인 남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왜소증 환자로 늘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이런 자기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감히 사랑하는 것은 세상이 허락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 록산에 대한 진심을 전할 기회가 찾아온다. 글솜씨가 없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에게 연서를 쓰면서다. 록산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크리스티앙은 시라노가 대신 써 준 편지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비록 자신의 진짜 정체는 숨겨야 하지만 사랑이 담뿍 들어간 글을 써 내려가는 일만으로도 시라노는 행복에 겨워한다. 

매일 같이 배달되는 편지가 크리스티앙이 썼다고 철석같이 믿는 록산은 사랑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크리스티앙이 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좀처럼 알 도리가 없는 록산의 진심은 마지막 장면에서야 헤아리게 된다. 세 사람의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 ‘시라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연애편지를 대필하게 된 시라노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다. 주연 배우 피터 딘클리지의 아내이자 동명의 뮤지컬을 쓴 에리카 슈미트가 각본을 썼다. 영화는 뮤지컬 원작인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고전미를 그대로 살렸다. 라이트 감독은 전작인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등에서 그랬듯 이번 영화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 의상과 세트를 통해 시대적 배경 역시 솜씨 좋게 구현했다. 23일 개봉.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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