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제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진행 등 범사회적인 변화는 문화예술계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확대되면서 디지털 환경은 빠르게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또한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 분야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이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환경에 익숙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①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문화예술 가치사슬의 확장 ②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양면성 ③‘구독경제와 경험경제의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하고 합리적 소비 촉진 ④불안사회, 건강하고 안전한 문화예술을 위한 불편의 일상화 ⑤필(必)환경 시대의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에 대한 논의 ⑥위기의 시대,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및 역할 증대 ⑦문화예술 분야의 느슨한 연대 확대 ⑧팬덤(Fandom),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소셜 공동체로 진화 ⑨멀티 페르소나, 탈물질주의 시대의 다양한 자아를 찾는 여정의 진행 ⑩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 문화예술의 주요 주체로 부상한 노년층을 10대 문화예술 트렌드로 선정하고 분석했다.(차민경 등,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2-2024」, 2021) 

올해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할 때 주요 정신건강 지표인 자살 생각 비율이 40% 증가(2020년 3월 9.7%→2021년 12월 13.6%)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나는 등 정신건강 수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울은 30대 여성이, 자살 생각은 젊은 남성층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왔던 ‘문화의 치유(회복)’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WHO 보고서에 따르면 3천 개 이상 연구에서 예술이 질병 예방, 건강 증진, 질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Fancourt, D. and S. Finn, 2019). 특히 노인의 예술 및 문화 참여는 노화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킴에 따라 의료비용을 줄이고 입원과 의료 비율을 낮출 수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에는 정서 발달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WHO는 정책 영역에서 지역사회가 건강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 보급, 의료전문인(의료시스템)에 예술 프로그램 결합을 권고했고, 문화적 개입을 통한 건강증진 영역을 크게 ‘사회적 결정 요인’, ‘아동 발달’, ‘간병’, ‘질병의 예방’, ‘건강 증진 행동’ 5개 영역으로 분류 및 제시했다. 정부도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재정 대응 방향’ 연구를 진행했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 블루 증상 등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 등 심리적 부작용, 박탈감이나 갈등 문제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문화적 역할을 담은 문화적 치유와 문화안전망 구축에 대한 영역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점 투자 영역으로 설정했다. 

특히 본 연구에서 문화안전망 부재 시 예상되는 문제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망(Net)을 마련하는 문화안전망 사업에 재정투자 집중 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가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 과제들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문화예술 치유를 문화정책의 사회적 효과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예술교육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로써 부분적으로 접근함에 따라 정책적 의제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최초 법정계획인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과 17개 시도의 지역계획들이 대부분 종료되는 시기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 지역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에 대한 향유 및 참여, 창작 활동, 그리고 제약이나 차별을 받지 않는 ‘문화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문화의 본래적 가치에 집중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역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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