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다. 워낙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사고의 뿌리부터 다르다. 서로 같지도 않고, 같아서도 안 된다.

이번 대선만큼이나 서로를 깎아내리고 비방하고 야유하고 헐뜯는 선거가 있었던가? 인간은 유일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동물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타인을 평가할 때는 딱 그만큼의 존중도 필요하단 사실을 왜 ‘정치’라는 옷만 입으면 까맣게 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를 안 해 봐서 몰라"라고 한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거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경험 부족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느껴 주겠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정치를 하지 못하고 또는 정치를 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들과 같은 상식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게 아닌가. 때가 돼야 한시적으로 낮아지고, 금배지라도 달면 한없이 거만해지는 정치인들. 이런 표현까지야 써도 되나 싶지만, 토 나온다.

정치인들이 이러니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어떤 이를, 어떤 당을 지지해야만 하는 아주 기분 나쁜 현실에 내몰린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살면 편하겠지만, 성인이며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찌 그리하겠는가. 그 어떤 당이, 그 어떤 누군가가 집권을 하더라도 일반 상식선에서만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면 이번 같은 쓰레기 선거를 국민은 치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 말을 잘못했다. 헌신?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헌신’이라니. 실언했다. 그저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고 본인 가족들이 몇십 억이든 몇백 억이든 해먹으면 그나마 지금처럼 욕 먹진 않을 텐데 말이다.

할 말은 지금부터다. 우리 국민들. 전 세계적으로 머리 좋다고 알려진 우리 국민들은 왜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만 나오면 정치인들을 욕하진 않고 그저 자신들이 지지하는 당을 감싸고만 도는지 모르겠다.

철면피 정치인들은 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제 배만 불리는데, 왜 우리끼리 목청 높여 가며 싸우는지 참 안타깝다. 잘못은 분명 그들이 했는데 왜 우리가….

이 나라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만들어진 법이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부디 정치인들 놀음에 장단 맞춰 주지 말고 법이 정한 만큼 한 표 행사하고 다수의 뜻을 따라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촛불을 들면 된다. 제발 정치인들 따위를 비호하다 서로를 욕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함께 그들을 욕하며 그들이 일을 더 잘하라고 채찍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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