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현 서울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부원장
김달현 서울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부원장

"선생님, 우리 아이가 출생 직후부터 코가 막히고 먹을 때도 힘들어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생아 진료를 볼 때 부모님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있다. 코막힘 증상도 대표적인 것 중 하나다. 코막힘 증상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비염’이다.

비염이란 코에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아이가 비염이 있습니다"라고 진단하면 부모들은 신생아들도 비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콧소리가 크고, 코막힘 증상이 출생 직후부터 있었다면 대개 비염일 경우가 많다.

비염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나타난다.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비염과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실이나 조리원에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돼 비염이 생긴 건가요?"라고 묻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감기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72시간가량 되기 때문에 감기로 인한 비염이라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나타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신생아들에게 나타나는 비염은 주로 다른 원인이 있다. 먼저 양수에 있는 찌꺼기가 코에 들어가 코를 막은 경우다. 분만 전 태아는 양수에 있는데, 그 속에 있다 보면 양수가 코에 들어간다. 양수에는 다양한 찌꺼기들이 있는데, 이 찌꺼기들이 코를 막고 있을 수 있다. 배 속에서는 코로 숨을 쉬지 않으니 출생한 후에 문제가 나타나는 셈이다. 양수 찌꺼기가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이물질이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아이가 호흡할 때 답답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역류성 비염이다. 신생아는 하루에 한두 차례 이상 자신이 먹은 것을 게우는 것이 자연스럽다. 수유 후 잠을 자면 먹은 모유나 분유가 옆으로 줄줄 흘러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것이 코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위산을 동반한 모유나 분유가 코로 나오는 경우 점막에 자극이 돼 역류성 비염이 나타날 수 있다.

생후 2~5개월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코를 통해서만 호흡을 한다. 수유 중 동시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비염이 있는 경우 필요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할 뿐더러, 잘 때도 호흡곤란이 와 숙면을 하지 못해 심할 경우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코에 이물질이 있어 나타나는 비염은 생리식염수를 넣어 부은 점막을 달래 붓기를 가라앉히면 아이가 훨씬 쉽게 숨을 쉬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지, 연기 등으로 아이의 코 점막을 자극할 만한 사물이 있으면 아이에게서 멀리 치우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내원해 증상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생아의 콧소리에서 ‘쌕쌕’ 소리가 크게 나거나, 숨소리가 가쁘고 힘겹게 들리면 신생아 비염을 의심해 보자.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으면 만성 비염 등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달현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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