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주민자치지원관
이석민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주민자치지원관

인천시 부평구는 풀뿌리 자치활동과 지역공동체 가치 회복을 목표로 2019년부터 ‘부평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부평5동과 청천2동을 시범동으로 출발해 2020년 7개 동, 지난해 13개 동을 끝으로 모든 동에서 주민자치회 전환을 마쳤다. 

주민자치회란 지역주민이 마을의 주체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민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생활의제에 주민이 직접 관여해 마을 활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신청 자격은 만 19세 이상 해당 동에 거주하는 주민 또는 학교·단체·사업장에 종사하는 생활주민이다. 40명 이내로 공개 추첨을 통해 구성한다. 구성된 주민자치회는 민주적 선거 방식에 따라 임원을 선출하고, 동별 운영세칙을 수립한다. 

주민자치회는 자치계획 수립 및 실행을 위해 마을의 특성이나 지역사회 주요 과제 등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꽃이라 불리는 분과를 구성한다. 분과는 자치계획을 수립하는 기초단위로, 주민자치회 위원뿐 아니라 마을 일에 관심 있는 주민 누구나 분과위원으로 참여 가능하다. 마을의 생활의제부터 중장기 발전 방향까지 포함하는 주민자치회의 사업계획을 세우고, 주민총회 의결 후 승인을 받아 자치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읍면동에서 주민자치가 바람직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주민자치는 관료의 행정보다는 주민들의 생활세계인 읍면동에서 이뤄져야 건강하다. 이 때문에 읍면동을 자치단체화할 필요가 있다. 읍면동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주민자치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해 마을·주민자치의 업무를 총괄하고, 일제 잔재인 ‘동장’의 명칭을 ‘동 행정복지센터장’으로 바꿔 행정·복지사무를 총괄하는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할 일과 주민들이 할 일을 나눠야 한다. 읍면동에 행정기구인 행정복지센터를 두고, 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도 구성해 병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주민자치는 자생적으로 지역성·사회성·역사성을 갖고 형성·발전돼 왔다. 토지로부터 농민들의 이탈을 막고 공동체적으로 결속시켜 체제의 안정을 유지한 향촌 자치를 일제가 읍·면 제도로 말살했고, 아직도 일제 강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매우 강력한 분권과 현실적인 자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민이 스스로 자치하도록 실정에 맞는 입법권, 민주제로의 조직권, 능력에 맞는 예산권으로 분권해야 한다. 주민자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150여 개 읍면동에서 진행 중인 주민세 환급, 공모, 보조금 등의 특화사업, 자치단체 참여예산, 공원·체육시설 관리, 카페 운영, 도서관 운영, 광고물 정비, 공용주차장 운영 등의 일자리 위·수탁사업의 재정과 운영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주민자치회의 성패는 주민자치 사업에 달렸다. 

주민자치회가 뿌리를 내리려면 1차적으로 개인 차원의 주민이 집합 차원의 마을로 눈을 뜨게 해야 한다.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고, ‘생활 관계’를 ‘나의 일’로 승인해야 한다. 또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신청 자격을 만 19세 이상이 아닌 만 15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도 있다. 2차적으로 주민들의 소규모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한 친목과 소통 중심의 사업이 필요하고, 주민들이 형성한 네트워크를 다시 엮어 나갈, 동기유발이 가능한 가치 부여 사업이 요구된다.

주민자치의 동기는 공공사업이나 공동사업의 ‘이익동기’와 직접민주제도로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권력동기’, 그리고 주민자치 행사를 통한 ‘명예(존경)동기’가 있다. 주민들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하고 숙성시켜야 한다. ‘주민관치’가 아닌 ‘주민자치’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에 법인격을 부여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이 있어야 한다. 

부평구 주민자치회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주민 주도 지역 문제 해결, 주민 중심 마을계획 수립·시행 등 22개 동별로 추진하는 자치활동 교류 및 확산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논의하고 실천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주민자치 환경에 중요한 변화와 제도화 과정에서 주민자치 현장의 바람과 의견이 잘 반영돼 실제 제도화까지 이뤄 내고, 주민자치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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