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바랴크호 장병들 추모식이 인천연안부두 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에서 열려 러시아 군 관계자들이 추모비에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바랴크호 장병들 추모식이 인천연안부두 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에서 열려 러시아 군 관계자들이 추모비에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매년 인천 연안에서 열리는 러시아 함정 추모행사가 새삼 재조명된다.

20세기 초 대한제국을 두고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추모행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추모행사는 우리나라 해군인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이하 인방사)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함정 바랴크(Varyag), 코리츠(Koryeets)함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매년 2월께 인천 앞바다에서 열린다. 바랴크호는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 해군과 싸우다 자폭한 군함이다. 러시아에서는 비록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의 승리보다 더 러시아인의 혼을 빛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는 1993년부터 매년 바랴크호 자폭일인 2월 9일을 전후해 제물포해전 추모행사를 인천 연안에서 연다. 이 행사에 인방사는 해군 초계함을 지원해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함정 전몰 장소로 이동해 해상헌화를 돕는다. 인천시는 당시 침몰한 바랴크호의 깃발을 러시아와 우호의 상징으로 대여한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66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바랴크호의 얘기는 러시아의 주장이지 사실상 대한제국을 침략하고자 일본과 전쟁을 벌인 도구일 뿐이라는 게 역사학자의 평가다.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인 강옥엽 박사는 "그 당시 바랴크호는 러시아가 대한제국을 두고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려고 일본과 전쟁을 벌인 침략 도구"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침략 도구를 위한 추모행사를 우리나라 해군에서 지원하는 일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적인 공분을 사는 상황에서 러시아 침략전쟁을 기리는 행사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바랴크호 추모행사는 대한민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인 러시아를 기리는 행사다. 우리나라 해군이 이를 지원한다는 건 우리나라 침략을 정당화하는 꼴이다. 앞으로 행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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