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철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개선 사업은 첫 스텝부터 꼬였다. 시스템 구축과 운영 업무가 두 기관으로 이원화 돼 노동자들의 고충을 현장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서 지하철과 철도를 건설하는 업무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가, 지하철의 유지보수와 운영은 인천교통공사가 담당한다.

업무가 이원화되고 중간 소통창구도 없어 인천2호선은 설계 단계부터 삐걱거렸다. 인천교통공사가 2013년 진행했던 타당성 용역 결과 인천 2호선의 예측 수요 인원은 하루 약 26만 명으로 당시 1호선 수송인원(약 30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주요 역의 승·하차 승객은 1편성 당 132명, 승·하차를 하지 않은 재차인원은 1편성 당 588명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2호선 탑승 정원을 1편성 당 202명으로 추산하고, 열차 2량씩 42편(1편당 정원 202명)을 편성해 하루 평균 210회 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공사의 예측과 본부의 예측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시민단체와 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며 2호선 기본계획 변경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예산 확보가 걸림돌이다. 2013년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 준비에 대부분의 행정력이 투입되고 지방채를 8천500억 원까지 발행해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건설본부와 시는 2호선의 수송 수요가 초과하면 차량 편성을 4량으로 확대하고 배차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운 뒤 건설을 추진했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인천교통공사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무실도 없는 역사에서 근무 중이다. 철도 운영과 건설 이원체계 논란은 이미 업계에서 여러 차례 공론화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6월 발생한 코레일 구로관제센터의 시스템 장애로 KTX와 SRT를 포함해 총 34대의 고속열차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시스템 구축 주체인 철도시설공단과 운영기관인 코레일이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통합 조직이나 중간 소통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천교통공사 노조관계자는 "인천교통공사는 건설기관이 만든 지하철 시설을 그대로 인수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이번 라돈 사태처럼 노동자 안전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설계 초기단계부터 지하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운영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시공 전에 반영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각종 재해를 막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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