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조립 부업 인력 모집 글.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조립 부업 인력 모집 글.

항원검사 방식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생산업체가 재택에서 키트를 조립할 부업 인력을 모집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지난 2일부터 학생들을 등교시킨 학부모들은 "충격적이다", "멸균이 될까 의문"이라며 발끈했다.

 3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1일 한 아파트 게시판에 재택 부업 인력을 모집하는 공고가 부착됐다. 문제는 부업 내용이 곧바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조립한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공고에는 검사키트 중 필터를 투명한 깔때기에 끼우는 단순 작업이라고 명시됐다. 자가검사키트는 검사용 디바이스, 용액통과 노즐캡, 멸균면봉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노즐캡 내에 필터를 끼우는 작업으로 보인다.

 작업에 필요한 드라이버와 지퍼팩은 업체가 제공하며, 작업 후 25개씩 지퍼팩에 담으라는 내용도 게시글에 담겼다. 작업 단가는 1개당 5원, 최소 1만 개 이상 신청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시기 다른 아파트 입주자 온라인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부업 인력 모집 공고가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은 생산업체가 아닌 일명 부업반장이 추가로 인력을 모집하려고 올렸으리라 추정된다.

 각 게시물에는 작업 예시를 든 사진도 부착됐다. 사진에는 별도의 위생처리 과정 없이 자택 거실 바닥에 제품을 깔아 놓은 채 작업이 이뤄졌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식품의약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의 하청업체로 보인다"며 "허가 받은 생산업체는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는 25곳이며, 이 가운데 3곳을 제외한 22곳은 시중에 판매가 불가능한 전문가용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한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각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다. 이를 본 학부모들은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무균실에서 장갑 끼고 해야 하는 작업 아니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제품을 써도 되느냐"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자가검사키트도 ‘오염’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각급 학교에선 대부분 자가검사키트를 소분한 뒤 1회분씩 지퍼팩 등에 담아 학생들에게 지급하는데, 소분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지급받은 자가검사키트를 보면 검사용 디바이스와 멸균면봉은 낱개로 포장했으나 용액통과 노즐캡은 사정이 다르다. 

 한 커뮤니티에는 "뭉텅이로 검은 비닐에 담겨 오는데 각각 1개씩 모아 비닐에 넣어 애들에게 배부하라고 한다"며 "나누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난리다. 이런 걸 배부해 매주 검사하라는 뜻이냐"는 현직 교사의 토로 글도 게시됐다. 

 학인연 신민향 대표는 "의료기기인 만큼 당연히 제약회사 제품으로 무균·멸균 생산시스템에 의해 제조되리라 생각했다"며 "아파트 거실 바닥에서 가내수공업처럼 제조되는데, 이미 키트 내에 균이 있는지 여부도 알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정부 지침에 따라 학교가 키트 제조회사 제품만 팔아주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며 "제조업체는 모르는 상황으로 중간업체가 몰래 재택 부업을 한 듯하다.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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