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 이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은 세상은 너무 복잡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진지하고 따뜻한 응답으로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청소년과 과학교사, 나아가 일반인들에게 지명도가 높은 물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KAIST 정재승 교수는 20년간이나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이미 2차례 보완해 개정판을 내놓은 그의 저서 「과학 콘서트(Science Concert)」에서 과학 현상을 더욱 재미있고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며 마치 세상의 원리를 다 이해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복잡한 과학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과정을 복잡계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최근의 흐름을 소개한다. 여기엔 학문 간의 융합적 사고 작용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에 혁신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고 거름을 주며 영양제도 공급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꾸준히 만드는 프로세스를 장착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혁신이 탄생하는 과정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가장 고등한 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나 논리 언어 및 추상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좌뇌 측두엽 언어 중추만이 아니라 인지, 주의 집중, 감정, 패턴의식, 사회성 등을 관장하는 뇌 영역들이 동시에 활성화될 때 만들어지는 인간의 신비로운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젊은 과학자는 주저 없이 말한다. 청소년들에게 학교가 가르쳐야 할 단 하나의 학문이 있다면 단언컨대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말이다. 여기서 그는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타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배우지 않고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간단 말인가!"라고 토로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이제 복잡계 과학이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밀한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고자 애쓰며 그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과 인간에 관해 배우게 됨을 더없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 이는 모든 학문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 말은 최고의 학문으로서의 배움의 동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더라도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결코 한번에 세상사 모든 것을 통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한 반복과 성실한 노력,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결국 배움은 점차 익숙해지게 되니 이를 전적으로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일찍이 2천500년 전, 동양의 고전 「논어」에서도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전하고 있지 않은가. 이 말은 현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의 원리를 즐겁게 배우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이해하는 최상의 방책임을 여타의 교육전문가나 인문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뇌과학자들까지 공조하며 주장한다. 그래서 학교는 즐거운 교실, 행복한 배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장(場)이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 인간의 언어를 모르면 인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독서를 통한 사색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 언어가 어느 한 분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통섭의 언어, 융합의 지식이 필요하다. 오늘날 입시경쟁에만 몰입해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함으로써 친구와 부모, 교사, 나아가 이웃과 사회,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다. 현대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분야가 최첨단 과학이라 할 수 있듯이 유망한 과학자가 오랜 탐구를 통해 말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그래서 어쩌면 더욱 믿을 만한 최고의 학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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