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혼란과 청년들의 구직난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과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여론으로 보아 통과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청년들에게 구직 지원금을 지원한 바 있는데, 직업을 구하는 데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2016년 6월 직업과 건강, 사회적 기여 정도에 무관하게 기본소득으로 성인에게 매월 2천500CHF(한화 약 300만 원)을 지급하고, 아동에게 625CHF(약 75만 원)을 매월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했다. 그러나 76%의 국민이 반대해서 부결됐다. 반대론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돈을 받는다면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이것은 젊은 세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돈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며 "기본소득이 있으면 가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제도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100만 원의 가치는 스위스의 기본소득인 300만 원과 맞먹는 가치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각국과는 정치, 사회, 경제적 여건이 다르다. 남북한이 38선을 두고 대치 중이고, 지하자원과 천연자원이 없으며, 또한 가계부채가 1천800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 장기적 국가 부채 리스크가 산적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전쟁 상태에 있거나 부도가 나면 국민들은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직장을 확보할 때까지 기본소득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일까? 현재 4차 산업의 주종을 이루는 첨단산업 분야에는 일손이 부족하고 단순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창업한다고 하면 기껏해야 누구나 시작하기 쉬운 음식점을 차리는 사례가 많다. 창업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직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음식점 영업을 시작한다면 엄밀히 말하면 창업이 아니고 개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일손이 부족한 AI, 미래형 자동자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근무할 구직자들을 교육시켜서 수료 후 그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대안일 것이다. 

2021년부터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8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비로 투입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낮아졌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결혼할 여력이 없다.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데 대출받기가 용이하지 않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이다. 그 중에서 우리가 거주하는 집은 필수조건이다. 프랑스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으로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에게 5년간 주택을 임대해 주고 아기를 출산하지 못하면 회수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단기간 임대해 주고 출산한 부부에게는 임대기간을 장기간 연장해 줘 집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직장과 거주지가 인근에 위치하는 신혼부부 주거단지를 설치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아이들 돌봄서비스를 책임지는 프로그램의 운영이다. 

부모가 되면 자녀들이 결혼해 행복하게 살면서 출산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대를 이을 생물학적 소망이기도 하다. 결혼은 의무이다. 구약성서(창2:24)에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를지로다"라고 말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천재 1명이 인구 10만 명을 먹여살린다"고 말했다. 이것은 인구의 자질 향상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다. 국가가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시설을 제공해 주는 등 출산하기에 적합한 여건을 만들어 주면 인구 감소와 인구의 질적 향상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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