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인 A씨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엉뚱한 나들목으로 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노면에 별다른 표시가 없다 보니 잠깐 방심하는 사이 이미 자동차는 목적지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진행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길을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단번에 도착한다. 고속도로나 복잡한 교차로에 그려진 노면색깔 유도선(유도선) 덕분이다.
 

유도선은 2011년 한국도로공사 소속 한 직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처음에는 도로에 색깔로 선을 긋는 행위를 금지한 도로교통법에 저촉됐기에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경찰이 융통성을 발휘해 ‘교통제한을 위한 시설’로 승인 받아 갈림길 사고가 빈번했던 안산분기점에 유도선을 시범 적용했다. 시범 적용치곤 사고 감소 효과가 컸고, 국토교통부가 정식으로 도입을 결정해 전국적으로 유도선이 확대 설치됐다. 당시 국토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고속도로 77개소에 유도선을 적용한 결과 분기점 22%, 나들목 40% 등의 사고 감소 효과를 확인,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를 확대했다. 현재는 유도선이 내비게이션과 표지판에도 표시되는 등 운전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다한다.

스마트한 교통 인프라는 소방 구급차의 신속한 출동에도 기여한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 중앙관제시스템이 대표적인데, 특수 단말기가 설치된 소방차가 접근하면 교차로 신호제어기가 인식한 뒤 신호등을 녹색불로 변경해 차량 통과까지 유지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시스템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7분)을 사수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전국 최초로 시스템을 도입했던 수원소방서가 출동 시간을 2분 이상 단축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시스템은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도내에서도 올해 초 기준 21곳의 지자체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각 지자체들이 스마트 도시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폴(smart pole)’도 주목받는다. 스마트폴은 도로시설물인 신호등·가로등·폐쇄회로(CC)TV·보안등과 같은 본연의 기능과 WiFi, IoT, 지능형CCTV, 스마트횡단보도 등 최신 ICT 기술이 접목됐다.

서울시가 2030년 세계 상위 5개 스마트 도시화를 목표로 설정, 스마트폴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도내에서는 시흥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이 스마트폴 설치에 나섰다. 여러 지자체들이 국토부가 공모하는 각종 스마트시티 사업에 도전하는 상황이어서 스마트폴 구축이 보다 가속화할 전망이다.

학부모 B씨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는 스마트폴이 곳곳에 설치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 입장에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현 기자 ks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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