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과 5월이 되기 전 정권 교체에 따른 파열음이 여기저기 불거져 나오고 있다. 막말은 도를 넘어서고, 정도를 넘어서는 힘 겨루기에 국민은 지치다 못해 숨 막히는 하루를 살아낸다. 

시간과 예산은 정해져 있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 해결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효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일반 가정집 이사만 해도 50일 정도의 일정으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해야 한다면 유능한 일꾼이 필요하다. 유능한 일꾼으로 효율성을 잡아야 한다. 즉,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의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유능한 일꾼이어야 한다. 

비서(秘書)는 비서다워야 하고, 대변인은 대변인답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대변인(代辯人)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해서 의견이나 태도를 발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말에 살을 붙여서도, 개인 감정에 얽매여도 안 되고 정확히 전달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자를 발표(3월 10일)하면서 눈물을 보이질 않나,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전국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질문하는 기자의 안부와 옷을 이야기하는 등 사적인 것을 묻고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변인이라면 유능한 일꾼이 아니다. 

자녀들의 문제로 낙마하고 물러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열거하기 버겁다. 김영삼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많은 장관과 총리 후보까지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수시로 기자들과 국민들 앞에서는 대변인까지 목소리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면 유능한 일꾼은 아니고, 사석과 공석을 구분할 줄 아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일꾼으로 배치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언론 매체 앞에서 기자의 옷맵시나 안부를 전하는 일들은 유능한 일꾼이 아니다.

제20대 대통령은 통합(統合)과 소통(疏通)을 강조하고 있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한다. 인수위원회와 대통령 당선자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용산 이전이 법사의 말이나 풍수지리가 아니라는 말을 무조건 일축하거나 남 탓하지 말고 명확한 해명이 따라야 한다. 정부의 이사는 일반 이사와 다르다는 점을 국민은 알고 있다. 국민이 뽑아 준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믿고 국민에게 응원을 구하면 되는 일인데 야당의 발목 잡기라며 야당 탓만 하는지 답답하다. 

대통령은 아파도 수면마취도 할 수 없는 것이 안보 상황인데 안보 공백이 없다고 우기는 장군 출신 참모는 유능한 일꾼이 아니다. 독선이 아닌 소통이어야 한다. 당선인을 보좌하는 일꾼이 전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만을 웅얼거리고 있다면 국민은 더 힘들어진다.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고유명사이다. 모든 국가에서 청와대(Blue House)의 상징성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대기업의 CI보다 상위의 개념이라는 점도 고려해 보고 소통해야 한다.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도 좀 더 깊이 심사숙고하고 결정돼야 한다고 말을 하는 충직한 일꾼도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이었던 광화문 시대를 열지 못했는가를 점검하고 의견을 구하는 일꾼들이길 소망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손자(孫子)가 ‘구지편(九地篇)’에서 "대저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遇風 其相救也 加左右手)"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원수지간이면서도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부득이 협력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같은 편이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봄이 오면 초록빛의 세상이 열린다. 여름보다 강한 빛도 아니면서 모든 이에게 설렘으로 다가서는 것이 봄이다. 2022년은 설렘으로 다가서는 봄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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