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윤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전흥윤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세계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는 3년 가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했고, 이후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1천277만 명을 넘어섰다. 

"모든 인간은 질병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리는 질병에 따른 피해와 후유증이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영·유아,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단절되는 것은 물론 정신적·물질적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어둠 속에서 고통을 받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에 따라 우리가 직면하게 될 6가지 위험을 예고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이제까지 협력과 번영의 근간이 됐던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자국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자유로운 왕래를 금지하는 ‘성곽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경제 봉쇄와 성장 둔화로 마이너스성장을 경험하는 등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비대면·비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재편되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 보편화와 자동화 확대 등 일상의 모습도 크게 변화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의 경우 더 철저하게 주류사회에서 소외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일자리의 안정성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면서 공무원과 자산가로 살기 위한 무한 질주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공정과 경쟁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해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이는 디지털 문맹과 돌봄의 양극화, 취약계층에 대한 혐오와 심리적 거리 두기 등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이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온라인과 플랫폼을 통한 배달경제의 급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급증 등 환경재앙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 3년을 겪으며 우리는 그동안 믿고 의지해 왔던 모든 신념과 질서가 무너지는 사회적·경제적·정신적 그리고 심리적 붕괴를 경험해야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은 과거 우리가 겪었던 대공황, 금융위기 등 위기와는 달리 기존의 대응법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예측했고, 이에 따라 해법 역시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섣부른 과거로의 회귀보다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의 창출이 필요하다며 다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해결책으로 기본적인 사회 보장 확대와 민간의 자율,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시민적 권리와 자아실현의 동기부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자유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본적인 소득과 생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대기업의 독점으로 상업적 이윤 추구 중심이 된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지역의 강점을 찾아내 세계화하는 ‘지역 디지털화’, 즉 ‘디지컬라이제이션’을 실현해 독점의 분산 및 작은 민주주의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4월 1일은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가 창립 37년을 맞는 날이다. 1952년 한국전쟁 중 최초의 사회복지협의체로 활동을 시작해 1970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거쳐 1983년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오늘날의 법정단체로 자리잡았다. 인천에서는 1985년 인천직할시사회복지협의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사회복지정보센터 설치, 가정봉사원 파견, 사회복지종합전산망 구축 등 사회복지사업의 다양화와 전문화, 체계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 인천 최초의 재가노인복지센터 운영, 1998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먹거리 나눔 운동인 푸드뱅크 사업 시작 등 물품 기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인간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적 조건에도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협업과 집단적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오늘날의 삶과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저출산과 고령화, 빈부격차, 코로나 팬데믹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 3년의 진정한 회복은 새로운 세상을 위한 패러다임의 창출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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