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중국 혐오 증세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관심이 줄었다고 하지만 동계올림픽 이후의 혐오감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변하거나 우리 국민들이 특별한 계기를 맞지 않는 한 중국을 싫어하고 화를 내는 일이 더 빈번해진다는 점이다.

중국을 혐오하는 감정은 따지고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각자 취향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나름의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화가 난다거나 불쾌하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성적으로 또한 정확한 현상 파악을 통해 어느 정도 자제하거나 타개책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이 거대한 국가를 상대하는 데 있어 위축되거나 체념하자는 것이 아니라 좀 긍정적으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중국을 싫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힘이 강해졌고, 그 힘을 우리에게 분별없이 사용하는 데서 왔다. 중국이 예전처럼 후진국 대열에서 허덕이고 있었다면 아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터다. 따라서 무역 비중의 재조정은 시급한 숙제다. 예를 들면 1992년 수교 이후 우리는 꽤 재미를 봤다. 최대 수출국이 됐고, 경제적인 플러스 면에서 단연 일등 고객이었다. 수입에 있어서도 우리는 적잖게 의존했다.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이니 만큼 길게 보면서 중국 혐오증을 컨트롤해야 하는 게 정답일 수밖에 없다. 

요즘 미국의 경우만 봐도 겉으로는 타이완을 돕는다, 홍콩 문제를 거론한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들먹이고 있지만 미국 첨단 무기의 공급이 지속되려면 중국의 지속적인 희토류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 미 국방부는 희토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식으로 넘어갔으나 지난해부터는 솔직히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실토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전략 광물 미국 내 생산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략 광물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의 세월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렇지만 기술적 도전으로 성공 확률도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0개국 약 180개 기업이 추진한 275개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지난해까지 2개 프로젝트가 생산 단계까지 진입했으며, 다른 2개는 시험 생산 단계가 고작이다. 10년간 세계 유수 기업의 성공 확률이 불과 1.5%인 것이다. 미국의 기업이라고 예외도 아니며 어떤 국가도 감당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하고, 거액을 쏟아붓고, 설령 재임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의 임기 중에 전략 광물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보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28만t으로, 중국이 16만8천t(60%)으로 압도적 1위이며 미국 15.4%, 미얀마 9.3%, 호주 7.9% 등 순이다. 영구자석 자산의 경우 중국이 87%에 이른다. 더구나 미국은 자국 내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환경오염과 중간 공정시설 미비로 대부분 중국으로 보내 가공하는 실정이다. 중국이 없으면 미국의 희토류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재작년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수출통제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에는 반외국제재법까지 발효하고 국영 희토류 기업을 합병해 세계 최대의 희토류 기업을 설립했다. 

사정은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피지기 백전불패는 손자병법의 얘기만이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중국을 얕보다가는 정말 큰코다친다. 태평양 건너 멀리 떨어진 나라와는 다르다. 지척에 있다. 역사 속에서 병자호란을 읽는 것만으로도 교훈을 삼을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를 앞질렀고, 거의 대부분에서 바싹 추격해 오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굴신하거나 사대하자는 게 아니라 중국을 철저히 경계하면서 이웃으로 가깝게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하면서 혐오증보다 이웃으로 대하려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 보는 게 순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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