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단견적인 생각이나 어리석은 행위를 향해 비판하는 말이다. 마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임기응변의 고된 삶을 이르는 말과 유사하다. 어느 것이나 미래를 대비하는 생각이나 역량이 부족함을 일컫는다. 여기엔 적절한 처방이 병행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사람에게 눈의 기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는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적절한 검사를 거쳐 안경을 써야 생활에 불편함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근시(近視)를 가진 눈을 근시안(myoptic eye)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의 생각을 두고 ‘근시안적 사고’라 지칭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정책들이 바로 근시안적 사고에 몰입돼 있다. 마치 미래는 없다는 듯 현재에만 몰두해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라.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입후보자들이 쏟아낸 공약들을 보면 과연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가 우려할 정도다. 나라의 곳간을 누가 먼저 비우는가 경쟁을 하듯이 포퓰리즘에 빠져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행태는 미래 세대들을 향한 걱정과 불안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지향의 일부 지식인들은 쓴소리와 함께 반발하지만 이것 역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그 주장의 이면에 있는 본심은 솔직히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다. 얼마나 진심을 담고 미래를 걱정하는지 말이다. 

지금 우리의 교육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역시 바로 근시안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초·중·고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차지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세수의 증가로 인해 교육청에 배부되는 교부금은 오히려 예년을 능가해 풍족(?)한 시대를 맞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학교 현장에 시행되는 공문에는 각종 예산을 쓰도록 장려하는 공모사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얼마나 기획·설계하는 것인가?

물론 몇 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1년 안에 쓸 수 있는 단기성 예산으로 소모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예산이 없어 각종 교육활동이 생각 단계에만 머물고 실행은 꿈꾸지 못하던 과거에 비하면 이는 분명 기회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내 공문을 공람하고 전 교직원에게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학교 업무가 늘어 현재 감당하는 각종 사업과 고교학점제 실행을 앞두고 학생 선택제의 증가에 의한 다교과 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시간적·심리적 준비가 어렵다. 아니, 대부분 거부하기가 일쑤다. 이를 다소라도 강행하면 관리자의 갑질이요,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으로 불명예를 안게 된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유·초·중등 교육계 전문 인사를 패싱해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희망이 불투명하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구성원의 정치적 편향 여부에 따라 위상조차 흔들린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 갈팡질팡, 허우적거리고 있다. 싱가포르·캐나다·영국 등 교육선진국들은 공직자들에게 미래 전략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 총리실 산하에는 미래 전략코디네이터가 있다. OECD는 사무총장실 직속으로 미래지향성을 점검하는 조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근시안적 교육정책에 빈번하게 희생돼 왔고 정치적 판단에 교육이 좌우돼 왔다. 이제 우리도 국가 교육정책의 명견만리(明見萬里),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바야흐로 선진국답게 대한민국의 진정한 교육의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대학입시제도만을 땜질하는 단견적이고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식의 처방으로 교육 개혁은 요원하다. 온 국민의 ‘공감 혁명’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교육 전략이 절실하다. 우리 교육을 결코 이대로 놔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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