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대선이 끝나고 20대 대통령의 본격 시작인 취임식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새 당선자의 자리 잡기가 역대 당선자와 다르게 어수선하다.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며 청와대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면서 수순을 밟으며 인수인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집을 비우는 사람은 그동안 사용한 집을 최대한 원상태로 돌려놓고 나오기 마련이다. 또 그 집에 새로이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기 전 자신의 스타일대로 인테리어를 완료하고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나갈 사람도, 들어설 사람도 제각각 저만의 스타일이 좋다는 주장이다. 나가는 사람은 나의 스타일대로 지금껏 집을 잘 지켜냈으니 내가 믿을 만한 사람들의 기용으로 앞으로도 집이 잘 운용되기를 바라며 정리하고 있다. 들어갈 사람은 그저 원상태의 집이면 충분한데 과도한 전 주인의 움직임이 탐탁지 않다. 어떠한 마음인 줄 알기에 말은 안 하지만 그 팽팽한 기운은 주변에 전해지고, 각각의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때문에 곳곳에서 보이는 대로, 또 보이지 않는 대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최고 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로 보도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거듭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본래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한도에서 역량을 펼치면 되는 일인데, 그 외의 부분에도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고 드니 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거래는 성사됐으니 조건대로 도리를 다해 주면 된다. 나가는 사람도, 들어가는 사람도 일반적인 수준의 지켜야 할 예를 다해 인수인계가 이뤄지면 된다. 이후에는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대로 약정된 기간을 지내고 또 새로운 입주자에게 인계가 이뤄지면 된다. 문제는 주요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본래의 기능을 저해하는 인테리어는 환영받을 수는 없다. 

 현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책으로 분배에 집중했으나 앞으로의 정권은 반대가 돼야 할 것이다. 국내외로 침체된 경기와 코로나 사태가 우리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팬데믹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공급망 왜곡으로 어려워졌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넘어서야 하는 산이 늘어났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원자재 수입을 못하거나 경제적 여건이 돼도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필요한 자재를 적시에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교역 조건의 변화는 파워게임이 돼 경제적 여력이 강력한 나라들의 개입이 심해졌다. 외교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앞으로 풀어갈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경쟁을 거듭하고 있는 첨단의 부분까지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정권의 숙제는 지금부터다. 살기 편한 집이 먼저가 아닌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아직 제대로 펼쳐지지도 못한 설계도에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불안해지고 있다. 더 이상은 버텨 낼 여력이 없어 간신히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데 불편한 분쟁기는 기대치를 점점 떨어뜨린다. 

 대선의 결과는 여대야소의 환경을 여소야대로 바꿔 냈다. 졌지만 잘 싸웠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우리가 승리했다며 용기백배한 그들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격론들로 대립할지, 적은 표차이가 가른 결과처럼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눈앞에 보여야 할 것이 국민과 나라이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 피폐해진 경제다. 모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세계 공급망 왜곡으로 당면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원활한 수급이 돼야 산업도 돌릴 수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아 보고자 온몸으로 버텨 낸 국민들이, 산업들이 한시바삐 제 모습을 찾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세계의 경제가 더는 버티지 못해 코로나로 풀어버린 돈을 회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라가는 물가를 버티지 못해 허리띠를 조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나날이 물가 상승이 삶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구조조정이다. 효율을 중심으로 최소 투자로 최대 효율을 만들어 내며 전 분야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집치장이 아니라 우선 살아내기 위한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우리나라가 더 흔들릴 세계경제 속에서 떠내려가지 않고 버티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자칫 흔들리는 금융의 급물살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어 가능할 때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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