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고 사회 전반에 두루 회자된 지는 꽤 오래전이다. 안정되고 행복한 장수 노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해 둬야 할 것이 많다. 긴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위기의식이 생겨 내가 속한 중장년층에서 긴장을 했었다. 최근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총인구와 관련된 통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1월 말 기준으로 5천180만1천449명이다. 남자 2천586만1천116명, 여자 2천594만333명, 총 가구수는 2천182만5천601가구가 된다고 한다. 

100세 시대라고 쉽게 말을 하곤 했는데, 연령별 인구 통계를 보면 100세를 사는 것은 여전히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지표에 현재 우리나라 71세 인구는 27만7천387명, 81세 인구는 9만7천963명, 91세 인구는 1만2천396명, 99세는 648명이 생존하고 있다. 기대수명은 83.5세라고 하는데 생존 확률로 보자면 70세에는 86%였다가 75세가 되면 54%로 격감하고 80세는 30%, 85세는 15%, 90세가 되면 5%로 낮아진다. 80세가 되면 100명 중 70명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 30명만 생존하고, 90세에는 100명 중 95명이 돌아가시고 불과 5명만 생존해 있다는 생존 통계 자료다. 게다가 통계청과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의 공동 조사를 보면 확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평균 나이는 최대 76세에서 78세 정도라고 한다. 

막연히 100세 시대라고 하니 100세를 살겠거니 여겼다. 많은 세월이 남았다고 느긋해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내 발로 걷고 즐기며 더불어 살 수 있는 건강나이까지 세어 보면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 노년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경각심이 생긴다. 지난해부터 병원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몸 한 곳이 무너지니 연쇄적으로 몸 곳곳에 이상이 생겼다. 당황스럽고 괴로웠다. 대학병원 여러 과에 진료를 받으면서 좌절했다가 원망했다가 힘을 냈다가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심장을 두들기는, 한계를 넘어선, 힘들게 한 주변 여러 사유를 탓해 봤지만 결국은 내 몫이란 생각에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건강에 예민해지면서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여러모로 조심을 했는데도 오미크론 확진자로 격리기간을 보냈다. 몸의 면역이 약해진 터라 호되게 앓았다. 격리 해제 후에도 며칠 틈을 두고 나서야 문 밖 출입을 했다. 몸보신을 해 주겠다며 지인 몇몇이 돌아가며 입맛을 돋워 줄 보양식을 사 줬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마음 씀이 따뜻했다. 

수많은 시인들이 봄에 관한 시를 썼다. 그 중 붓끝에 시를 묻혀 마음에 써 보는 시가 있다. 이성부 시인의 ‘봄’이란 작품이다. 시인은 봄을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라고 의인화했다. 

섬세한 바람결로 꽃 대궐 차린 봄은 새순 돋아 생동하고 화창하다. 봄꽃은 하루에 30㎞로 달려온다. 불어오는 훈풍이 가끔은 고약해도 패악까지는 아니다. 기상청에서 봄을 알리는 봄꽃 개화일을 발표할 때는 정해진 관측목의 한 가지에 꽃이 세 송이 이상 피어났을 때를 ‘개화’라고 한다. 오늘 나가 본 공원에 꽃봉오리 부푸는 벚꽃들이 한껏 물이 올라 있었다. 

지나간 시간도 지나간 일도 없었던 양 돌이킬 수는 없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옛 노래 태평가의 노랫말처럼 건강나이까지는 즐기며 살자고 다잡아 본다.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을 허여멀건 죽 한 사발 받아놓은 것처럼 보내면 흐지부지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될 터이고, 날마다 기념일처럼 느껴지는 날을 만들면 감사와 즐거움은 덤이 될 것이 틀림없다. 통계는 무시 못 할 지표다. 하루만큼의 주인공으로 남은 생존의 날들을 아끼면서 브라보 나의 인생아를 불러본다. 겨울은 지났어, 나의 하루가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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