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대통령선거는 끝났고, 6월 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재삼 운위되고 있어 자칫하면 이번에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청년과 여성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정도의 의제를 거대 양당 모두 내걸고 있으나 진실로 심각한 지방의 저출산 문제나 지방소멸이라는 핵심은 별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대선이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였고, 거대 양당 지도부는 대선기간 중 지방선거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마치 중앙당이 모든 선거를 치르겠다는 듯이, 총선처럼 말이다. 중앙당의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들 대다수는 또 ‘자신들의 사람’을 공천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을까.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뭐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일반의 시각도 있겠으나 이건 지방선거의 비극이다. 

우리 정당법에 "정당은 수도권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각 1천 명 이상의 당원들을 지닌 5개 이상의 광역시·도당을 가져야만 선관위에 정당으로 등록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모든 정당들은 서울에 중앙당을 둔 전국 정당만이 존재해야 하며, 이들만이 후보자를 공천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독점적 지위가 보장됨을 의미한다. 과연 이것이 온당한 일일까? 

전국 각 지역에는 나름의 고유한 의제들이 있다. 일반 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역 특성이 있고, 공동체를 가꿀 정책과 아이디어가 있으며, 지역화폐 등을 비롯한 숱한 문제들이 쌓여 있다. 인천의 경우만 해도 연수구의 송도국제도시를 빼놓고 그 지역을 얘기할 수 없듯이 각 지방단체마다 모두 각자의 다양성과 특수성 위에서 각각의 입장과 조건이 있다. 그런 바탕에서 최선의 합의점이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동의를 요청하는 절차가 이번 6·1 지방선거여야 하지 않는가. 

이제 전국 220여 지방단체들이 서울에 중앙당을 둔 거대 양당의 손바닥 위에서 벗어날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5·16 군사쿠데타 후 1962년 제정된 정당법에 뿌리를 둔 ‘수도 소재 중앙당’ 조항은 ‘후보와 정당의 난립’을 금지하려는 의도였으나 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점 외에는 필요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방의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준다면서 오히려 지방정치를 독점하고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이 모순은 결국 지방이 생존할 바탕부터 자신들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통탄할 태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우선 정당법부터 바꿔 건강한 지방정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인천당·대구당·광주당 등등 지방 한곳에서도 얼마든지 정당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를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고장의 미래를 책임지게 하자는 제안이다. 무수하게 많은 지방정당의 출현에 대해 ‘난립’ 운운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수없이 많겠으나 우선은 지방선거에 한해 추천권만 부여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방식대로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시라. 당신들의 입맛대로 ‘자기 사람’을 내세우는 건 그들이 몫이고, 인천당의 경우 중앙의 거대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이 동별로 대표를 뽑아 중앙당 공천 여부에 상관없이 지역당의 추천을 선거공보물이나 벽보에 명시할 수 있고, 자체 당보를 통해 이를 홍보하게만 해 줘도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가진 좋은 지방 정치인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방 정치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역의 문제들은 각 지역당 몫이어야지 시시콜콜 중앙당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인물들의 몫이어서는 건강한 지방자치는 공염불이다. 거대 기득권 정당의 몫은 전국적인 의제에서나 써 먹으시라. 왜 우리 동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마저 중앙당의 그 독점적 지위 유지에 희생당해야 하는가. 참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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