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금 전 세계의 이목(耳目)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집중돼 있다. 러시아 당국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자행되는 비인도적,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는 살육(殺戮) 만행에 대해 미국과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분(公憤)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전범(戰犯)"인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북한만은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오히려 그 발단(發端)이나 원인(原因)이 ‘제국주의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도대체 북한의 속셈과 저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크라이나 사태는 일시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수면 밑에 잠겨 있던 암석(巖石)’이 조류(潮流)의 흐름에 따라 돌출된 것이다. 즉, 2021년 11월부터 이른바 ‘우크라이나 위기’가 수개월째 진행돼 오던 중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돈바스 보호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란 미명(美名) 하에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함으로써 야기된 것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EU 국가들 상당수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각종 제재조치를 취하면서도 러시아가 짧은 기간 안에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사항전(決死抗戰)으로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의해 지금 이 시간까지도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 사태의 당사국이자 침범국인 러시아는 비인도적 무기인 ‘집성탄’ 등을 사용해 무고한 우크라이나 양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만행(蠻行)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축출됐는가 하면, 미국과 EU 회원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로부터 크나큰 지탄을 받는 가운데 ‘푸틴’의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비인도적 행위는 ‘러시아’의 존망(存亡)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즉,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민주적 가치와 인권, 자국(自國)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러시아의 약점 지역을 공략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이에 반해 ‘유라시아 강대국 건설’을 위해 자국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우크라이나를 금지선(Red Line)으로 삼으면서 결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미국 및 NATO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러시아의 적극 방어 필요성에 따라 야기된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외무성의 담화(2월 28일)를 통해 "사태의 근원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강권과 전횡을 일삼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정책 때문"이라고 첫 공식 반응을 보인 이래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패권정책에 있다"고 단언(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했는가 하면,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3월 17일)에서도 북·러 친선 73돌에 즈음해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고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에서 두 나라 인민은 공동보조를 맞추며 지지와 연대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전 세계 국가와는 상반된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이 현실을 도외시한 망발(妄發)적 사고에 입각해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과 중국 간,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도 장기화될 것이고, 이런 정세는 그들에게 결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고 보인다.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강 건너의 등불’처럼 간접적이고 좌시(坐視)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발등의 불’처럼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돼 굳건한 안보의식을 더욱 다지는 가운데 자주국방 태세의 겸비(兼備)에 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치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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