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봄이 성큼 다가섰다. 아파트 단지의 하얀 목련, 고속도로 옆 노란 개나리, 계양산의 붉은 진달래가 차례로 봄소식을 전한다. 하천 옆 버드나무를 시작으로 거리의 모든 나무의 연둣빛 물오름이 봄을 더욱 근사하게 한다. 봄비는 대지의 새싹들을 더욱 푸르게 하고 활짝 핀 공원의 벚꽃은 꽃비로 내린다. 

적당히 내린 비는 땅을 비옥하게 하고 하천에 활력이 되지만 갑자기 많이 내린 비는 대비(對備)를 해야 하는 대상이다. 태평성대였다는 요순시절뿐 아니라 모든 시기 물 관리는 매우 중요했다. 기후위기시대, 물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수지(貯水池)와 유수지(遊水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수지는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물을 저장하는 시설로 농업용 저수지가 대표적이다. 논농사를 위해 겨우내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 논이 많은 강화나 교동에 저수지가 많다. 고구저수지, 난정저수지, 교산저수지, 내가저수지, 대산저수지, 길정저수지, 국화저수지, 장흥저수지 등.

인천에는 유수지도 많다. 유수지는 물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보통 홍수 조절용 방재시설이다. 갯벌이나 논 등 저지대 습지를 개발해서 도시가 확장된 인천에는 해안가를 따라 크고 작은 유수지들이 위치해 있다. 특히 갯벌이었던 해안가는 밀물 때 많은 비가 내리면 물이 빠지지 않아 침수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개발하면서 유수지를 만들었다. 수도권매립지 옆에 안암도유수지, 가좌천이라고도 부르는 석남유수지, 과거 미추홀구의 바다이자 갯벌이었던 용현갯골인 학익유수지, 남동산단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진 제1·제2남동유수지, 그리고 과거 논과 밭이었던 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부평의 갈산유수지와 삼산유수지까지. 인천의 도심 곳곳에 유수지가 있다.

유수지가 제 역할을 하는 경우는 일 년 중 몇 차례 되지 않는다. 평소에는 물을 빼놓지만 유수지의 일부 공간에는 물이 고여 있기 마련이다. 유수지는 열린 공간으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서 찬 공기를 생산하며 도시의 온도를 낮춘다. 방재 기능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수생식물과 버드나무를 심어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생태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있다 보니 생명들이 깃든다. 대표적인 곳이 남동유수지이다. 모든 계절 많은 새들이 관찰되는 인천을 대표하는 철새도래지가 된 지 오래다. 2009년부터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조류 저어새가 번식을 한다. 저어새를 아는 사람 대부분이 남동유수지를 알고 있다. 재갈매기와 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황오리, 넓적부리 등등 수많은 철새들이 남동유수지를 찾는다. 시민들은 매년 저어새 환영잔치, 생일잔치, 환송잔치를 남동유수지에서 열고 있다. 너구리는 호시탐탐 저어새 알을 노린다.

복개 논란이 있었던 부평의 유수지들은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들의 천국이다. 장마철이면 물을 가뒀다 빼기 무섭게 맹꽁이들이 짝을 찾아 나선다. 최근에는 학익유수지인 용현갯골도 생태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갯벌이 매립되면서 바다를 잃어버린 미추홀구에서 낙섬을 기억하고 바다를 되찾자 용현갯골에서 원도심으로 건조하고 팍팍한 회색도시 미추홀구의 활력을 불어넣자며 학익유수지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비가 내렸을 때 잠깐 물은 가뒀다고 방류하다 보니 유수지에 오염물질이 퇴적돼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불안정한 생태계로 철새들이 폐사하기도 한다. 환경관리의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물은 생명이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이 깃든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드는 유수지나 저수지가 시간이 흐르면 생태공간이 됐다. 기후위기시대, 집중호우와 폭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홍수를 조절하고 도시의 온도를 낮추며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 또 생태공간으로 유수지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 이제는 생태계를, 생명다양성을 생각하자. 사람도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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