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국 인천시 계양구가족센터장
권도국 인천시 계양구가족센터장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연일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속에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해 2005년 여성가족부로, 2008년에는 다시 여성부로, 2010년 또다시 여성가족부로 개편됐다. 그동안 여성가족부는 전신인 대통령소속 여성특별위원회의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호주제 폐지, 성폭력 처벌 강화 등의 성과도 있었으나, ‘성폭행 피해 호소인’ 등 정치인들의 진영논리에 주무부처로서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국민들의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기상청 예산의 4분의 1 정도로 운영되는 초미니 부처이며, 부처 서열상 가장 말단 부처라고 무시하는 여성가족부이지만, 적은 예산으로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청소년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다양한 가족들이 양성평등을 기초로 가정생활이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등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온 여성가족부를 인수위에서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자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종교단체, 여성계가 연일 공약 철회를 주창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주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 모색 없이 발제자와 토론자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예산 규모가 매우 작아 부처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부터 가족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둬 부처마다 양성평등담당관 업무를 지원하자는 의견, 성평등가족청년부·미래가족부 등 부처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는 맞벌이 가족을 위한 아이돌봄서비스, 이혼가족의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다문화가족 및 한부모가족 지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및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노력, 성폭력·가정폭력 등으로부터의 인권 보호 등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조직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없애고 바꾸는 것만이 대안도 아니며, 그렇다고 현재의 것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동안 불필요한 기능을 해 온 부처는 없었으며, 완벽한 업무를 추진해 온 부처 또한 없었다. 정권에 따라 좀 더 효율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부처를 합치고, 또는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분리해 독립적인 별도의 기구로 두는 등 시대에 맞게 변화해 온 것이다. 부처의 성격에 따라 업무성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처도 있지만, 여성가족부처럼 빈부 격차 및 소외계층 차별 해소, 사회적 갈등 해결, 국민들의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한 소소한 정책과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 조치를 묵묵히 담당해 온 부처도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각 후보자가 선거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공약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수위가 부처별 업무보고 과정에서 공약사항과 괴리가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좀 더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충분한 검토와 수정을 통해 공약을 이행하는 포용사회를 위한 리더십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해 가면서 보다 합리적인 조직 개편이 돼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공약에 따라 시급히 추진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앞선 정부가 추진해 오던 정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계속 추진되기를 희망하는 부분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오가 있는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개선해 바로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많은 혼선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급히 추진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과거 위정자들이 국민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면, 작금의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이 아닌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과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위대하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임을 깨닫고 위정자들은 국민 앞에 겸손해졌으면 한다. 국민의 머슴임을 자청하는 20대 새 정부는 주인의 말씀을 잘 새겨들어 한층 더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여성가족부의 개편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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