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생활하는 데 좋은 환경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 다시 사람이 모여들고 활력을 찾게 만드는 사업이 도시재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도시들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도시보다 실패하는 도시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외 성공 사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해외 사례입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성공한 도시의 하나가 스페인의 빌바오(Bilbao)입니다. 빌바오는 1980년대 초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도시를 이끄는 선도산업인 광산과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3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렇게 먹고살기 어렵게 되자 인구가 감소해 빌바오 도심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때 빌바오시에서는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에게 자문합니다. 그는 "도시에 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합니다. 마치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사람이 에펠탑을 찾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구겐하임미술관’입니다. 구겐하임미술관을 통해 빌바오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하는 데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다음 사례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이야기입니다. 이 도시는 1849년 뉴욕 철도가 처음 시작된 곳입니다. 하지만 ‘죽음의 거리(Death Avenue)’로 불릴 정도로 낙후되고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를 고민한 뉴욕시에서는 2001년부터 도시재생사업으로 2천465개의 ‘베슬(Vessl)’이라는 비틀린 계단형인 상징물을 만들어 이 도시를 새로운 관광단지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고층 건물에서 이 모습을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한국의 사례로, 서울의 창신 숭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1950년대 전쟁 피난민 등이 이주해 의류를 만드는 창신동의 봉제거리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개조한 가내수공업으로 영세한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채 안 돼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재생 성공 모델로 부상했습니다. 우선 울퉁불퉁한 도로를 깨끗하고 안전한 골목길로 개선하고,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채석장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강연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수헌과 백남준 카페 등은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곳의 도시재생의 성공 뿌리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연수구 함박마을도 소개한 도시처럼 도시재생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 나갈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좁은 도로와 밀집한 다가구주택, 여기에다 내·외국인 간 문화 차이로 소통이 어려운 상황을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2020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내·외국인이 함께할 상생과 창작 그리고 어린이 돌봄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을 만들고, 거리를 상징성을 가진 세계 음식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에 적합한 정주 여건 조성과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는 마을의 경제 기반 형성이 우선시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공 사례 지역을 충분히 견학해 주민 역량을 강화시키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 마을의 맞춤사업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속적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모범적인 협동조합을 설립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도시재생의 성공을 비트는 일을 주민들이 사전에 막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쪼록 성공하는 도시재생을 바라는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찾아와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미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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