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11분 / 스릴러 / 15세 관람가

생방송 5분 전,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전화가 걸려 온다.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세라.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는 엄마 소정(이혜영)의 말에 세라는 제보자의 집으로 향하고, 제보자인 미소와 그녀의 딸의 시신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세라의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한다. 환영인지 악몽인지 모를 기이한 현상에 시달린다. 장롱 속 목을 맨 미소의 모습이 보이고, 뉴스를 진행하다가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바람에 앵커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다.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를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의심 또한 깊어진다. 

 엄마 소정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진다. 딸의 실수를 꾸짖는 것은 물론이고 이 모든 게 사위 때문이라며 이혼을 종용하기까지 한다. 아이는 절대로 가져선 안 된다는 말도 보탠다.

 영화 ‘앵커’는 딸 때문에 꿈을 포기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희생으로 꿈을 이루게 된 딸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모녀 관계에 숨겨진 애증이라는 감정을 스릴러로 풀어내 두 사람 깊숙이 자리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렸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덧씌우며 한층 신선한 장르로 변모했다. 특히 어머니에게 받은 과거의 상처와 현재 전문직 여성으로서 느끼는 압박감을 동시에 가진 세라가 겪는 기묘한 일들이 긴장감을 높인다.

 어머니 소정은 후반부가 될 때까지도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다. 실존하는 사람은 맞는 건지 아니면 세라가 만들어 낸 환영인지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인호 역시 존재감을 발휘한다. 선역인지 악역인지 알 수 없는 그는 자칫 밋밋해질 스토리에 ‘최면’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는 ‘감기’, ‘소년병’, ‘이제 난 용감해질 거야’ 등을 선보인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20일 개봉.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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