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타격의 팀으로 불리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시즌 철벽 마운드를 구축한 투수왕국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겨울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열을 투수코치로 영입한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돌아선 7일 현재 팀 방어율이 4.06으로 2위 두산(4.28)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짠물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투수 부문 개인 타이틀에서도 선동열의 수제자인 배영수가 다승과 승률1위(9승 무패), 방어율 2위(2.90), 임창용은 구원 1위(21세이브), 윤성환은 홀드1위(15홀드) 등 탈삼진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싹쓸이할 태세다.

프로야구 출범이후 삼성은 82년과 85년, 2002년 등 3차례 팀 방어율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투수력보다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오히려 팀 마운드는 매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고민거리였고 삼성이 지난 22년동안 단 1번밖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빌미를 제공했었다.

그런 삼성이 선동열 투수코치를 영입한 뒤 달라지고 있다.

특히 선 코치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1년 전지훈련 인스트럭터로 참가해 관심을 기울였던 배영수는 기량이 만개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선 코치로부터 투구시 하체 이용법을 전수받은 배영수는 사실상 삼성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박명환(두산)과 올시즌 최고투수로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상태다.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기복이 심했던 김진웅도 최근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탔고 퇴출설까지 나돌았던 메이저리그 출신 케빈 호지스도 3연승을 기록하며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마운드는 윤성환과 권오준, 권혁, 지승민 등 무명선수들도 중간 허리에 포진돼 기대이상의 호투를 이어가 마무리 임창용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선 코치 부임이후 삼성 투수들이 가장 달라진 모습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이다.

선 코치는 홈경기때 예정 훈련시간보다 1-2시간 일찍 나와 1 : 1 지도를 통해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대투수 출신 투수코치의 자상한 지도방법이 선수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실전에서 효과가 나타나자 팀 마운드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또한 투수 교체때 차가울 정도로 냉정함을 보였던 김응용 감독도 선동열 코치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다 보니 선수들의 서운했던 마음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스포츠계에는 `명선수 출신 명지도자는 없다'라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 선동열 투수코치는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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