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딸보' 이반 로드리게스(32.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사상 첫 타격왕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175㎝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와 함께 현역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꼽히는 로드리게스가 불붙은 방망이를 앞세워 아메리칸리그(AL) 역사상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포수 타격왕을 향한 야심을 키우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94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소속이던 어니 롬바르디가 타율 0.330의 기록으로 타격왕에 오른 적이 있지만 AL 포수 출신 리딩히터는 없었다.

타자와 볼배합을 놓고 두뇌 싸움을 벌여야 하고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블로킹 하느라 늘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포수는 10㎏ 상당의 마스크와 프로텍터, 레그가드로 무장해야 하는 대표적 `3D 업종'이라서 타율 관리가 그 만큼 어렵기 때문.

하지만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I-로드는 AL 최고 교타자로 이름을 날리며 지난 97년 피아자가 기록했던 단일시즌 포수 최고타율(0.362)까지 갈아치울 태세다.

올 시즌 72경기를 마친 로드리게스는 4할대에 육박하는 타율 0.371로 양대 리그를 통틀어 션 케이시(신시내티.타율 0.353)와 토드 헬튼(콜로라도.0.352),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0.350), 멜빈 모라(볼티모어.0.347)를 큰 차로 따돌린 상태.

특히 지난 달에는 0.500(86타수 43안타)의 불꽃 방망이를 휘둘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정하는 6월 최우수선수(MVP) 기쁨도 누렸다.

이런 고감도 활약은 로드리게스가 AL 중부지구 4위로 밀려있는 약체팀 소속이고 한 때 좌절을 딛고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이 난다.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 파견됐던 텍사스 레인저스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91년 텍사스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한 로드리게스는 99년 역대 포수 최초의 20-20클럽(35홈런-25도루)에 가입, 그 해 AL MVP로 등극하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로드리게스는 빠른 배트 스피드와 파워있는 배팅, 정교한 타격감, 빠른 발을 두루 갖춰 8년 연속 (95∼2002년) 3할대 타율을 기록했고 10차례 올스타 선발과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명포수'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렸던 2002년 시즌 후 12년간 몸담았던 텍사스의 재계약 포기로 방출됐고 가까스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새 둥지를 튼 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고도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2001년과 2002년 거푸 꿈의 무대에 서지 못했던 로드리게스는 올해 AL 포수 부문에서 호르헤 포사다(뉴욕 양키스)를 따돌리고 올스타로 복귀하며 여세를 몰아 타격왕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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