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직업 선호도에서 수년째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교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2021년도 교육부와 유관 기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고생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15년째 교사가 직업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초등학생은 상위 1~3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왜 이렇게 교사를 선호할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청소년들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가장 많이 접촉하는 대상이 교사다보니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교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별한 자질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학적 전문성과 인간적 도덕성이다. 

혁신과 창의적인 발상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애플(Apple)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IT기술의 레전드지만 그는 인문학적 융합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과학과 기술 분야의 책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플라톤의 책 등 수많은 인문고전 독서광(狂)이었으며 대학 시절엔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기도 하였고 중퇴한 후에는 인도 여행을 하면서 동양 사상에 심취한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답게 스티브 잡스는 2010년 1월 2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실시했던 아이패드 발표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슬라이드에서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아도 좋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전문성과 인간다움이 얼마나 혁신에 중요한지를 표명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그의 말을 패러디해 ‘교사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교차로에 서 있다’는 명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즉, 교사는 가르치는 교과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에게 삶의 모델이자 거울과 같은 도덕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는 청소년들에게 그저 있는 둥 마는 둥(exist)한 존재가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present) 존재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청소년 직업 선호도 1~3위의 교사란 직업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냉철하게 분별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필자는 오랜 기간 고3 진학지도 현장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최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의외였다. 그것은 단지 ‘안정된 직업’, ‘철밥통’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 어느 구루(guru)의 기업가 정신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단견적인 입시제도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하워드의 다중지능 중에서 그저 한 순간의 단순한 암기와 분석 지능의 성과로 기나긴 인생을 모험과 도전 없이 안전하게 살겠다는 목표의식만이 지배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별 다른 존재감이 없어도 큰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삶을 평생 보장받으려는 현실주의자들이 교단을 지키는 주된 원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과거 덴마크의 교사들은 수업 준비시간 단축을 정책화하려는 정부에 한 달간 수업 거부를 하며 강력히 저항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높았다. 왜냐면 수업준비를 철저히 해서 보다 새로운 세상을 알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과 소명의식은 학부모,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히 신뢰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도 3~9년을 같은 교사가 담임이나 교과지도를 담당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끊임없이 전문성을 향상하고 연구하며 혁신하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와 책임감, 소명의식이 충만한 도덕성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구축해야 한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의 가치관 정립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의 교차로에서 보다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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