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윤석열 정부의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크라이나사태의 지속과 코로나19의 방역 상황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북한당국이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심야(深夜)에 행한 조선인민혁명군(※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김일성이 조직했다는 항일빨치산 결성 조직) 90주년 기념열병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이 행사가 열리기 직전인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대남 공격이 임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선제타격 능력을 포함한 대북억지력을 강화하고 싶다"면서 한미 간의 ‘야외 실기동훈련, 미국과의 활발한 첩보 공유’등 확장된 억지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임을 표명한 가운데 북한이 핵군축의 첫 단계 조치를 취하면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보상을 제안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바로 이 열병식에서 김일성이 생전에 입었던 흰색의 ‘공화국 원수’ 복장 및 ‘대원수’ 계급으로 추정되는 견장을 달고 등장하면서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단언한 가운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핵무력을 강화해 각이한 작전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달 20∼21일 남북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지 불과 나흘만에 나온 것으로 우리와의 선린(善隣)관계 유지를 표명하면서도 타면으로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이 미국을 겨냥한 전쟁억제용의 차원을 넘어 상황여하에 따라서는 선제적 핵사용도 불사할 것이며, 그 대상이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김정은의 집권 이래 12번째 열병식이자 4번째로 행한 야간열병식인 이 행사가 오후 10시의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자정(子正)이 넘는 시간까지 조명과 폭죽을 단 전투기와 헬기의 에어쇼로 장식된, 건전한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는 이해하기 힘든 ‘정말 이상하고도 놀라운’ 그런 심야행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로서는 이런  열병식을 통해 내부적으로 체제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판 쇼’를 벌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런 화려한 조명 등으로 연출된 북한 주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환상쇼’ 만으로 결코 헐벗음과 굶주림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요란하기만 한 허세로 치장된 병정놀이만으로는 날로 악화되어가는 민심의 이반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번 열병식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안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계당국은 물론이고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튜브에서도 ‘숙청’된 인물로 거명되었던 리병철과 박정천이 재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부터 혜성처럼 떠오른, 적어도 북한에서는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총 책임자이자 군(軍) 서열 단연 1위를 차지했던, 김정은의 핵심 중 최핵심 세력으로 꼽혔었으나, 한동안 권력핵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 이들은 앞으로 "핵무력을 급속하고 질량적으로도 강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오른팔과 왼팔’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다른 어떤 때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위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3축(軸) 체제’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한미동맹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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