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영국의 작가 윌리엄 골딩은 1954년 발표한 그의 소설, 파리대왕으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으로 참전하면서 전쟁 가운데 인간의 숨겨진 악한 본성을 직접 깨닫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직접 경험한 상황에서 쓰여졌다. 이 소설은 무인도에 어른들 없이 소년들만 남겨진 상황에서 어른보다 더 어른 같고, 한편에서는 어른 같지 않은 생존 모습이 마치 어른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야만성과 권력욕 그리고 원시적인 인간의 폭력성을 잘 묘사돼 있다. 책의 제목인 파리대왕은 히브리어 바알세불(Beelzebub), 즉 ‘파리 떼의 왕’이라는 의미로, 파리가 악령으로 상징되거나 악령을 끌어들이는데 파리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

이 소설의 내용을 보면 핵전쟁 상황에서 비행기로 이송되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유약하지만 이성적인 랠프라는 소년을 우두머리로 선출하고, 소라 껍데기를 가진 사람만이 발언권을 행사한다는 나름 운영 규칙을 만들어 질서를 유지한다. 이후 구조를 위해 봉화의 불을 지켜야 한다는 이성적인 랠프와 그를 따르는 아이들과 사냥을 강조하고 야만적인 잭과 그 추종자들 간에 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랠프 측 친구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폭력적인 잭과 그 무리들은 우두머리인 랠프마저 죽이기 위해 창을 들고, 불을 지르며 랠프를 쫓는다. 이때 랠프는 불길을 피해 바닷가로 도망치다가 연기를 보고 도착한 해군 앞에서 넘어진다. 랠프는 잃어버린 천진성과 인간 본성의 어둠과 친구의 죽음을 생각하며 울기 시작하고, 그토록 악하게 변해버린 잭과 그를 따르던 친구들도 현실을 지각하고 울기 시작한다. 다시 천진난만한 소년들로 모두 돌아왔다. 멀리 보이는 산뜻한 한 척의 순양함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년들을 기다리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종교적인 의미로 보면 무인도는 에덴동산이며, 이 에덴동산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타락을 그렸고, 결국 악(惡)이 선(善)과 정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결국 해군, 즉 신(神)의 등장으로 선과 정의가 이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힘의 균형 없는 사회에서 공포심과 야만성 앞에서는 이성적인 행동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인 토머스 홉스가 말한 바와 같이 인간 사회에 강한 힘을 가진 리바이던과 같은 실체가 없으면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해 투쟁 상태에 놓인다는 것을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골딩이 가장 악한 것을 전쟁으로 본 것처럼 한 인간의 판단이 수많은 무고한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악한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소설 파리대왕에서 어린이들 간의 잔인한 싸움이 지금의 벌어지는 전쟁에 오버랩 되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같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거대 악이 사라지고 야만적인 잭의 무리들이 랠프를 잡으려는 찰나에 극적으로 해군이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보냈듯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과 지구촌 사람들의 고통이 더 늘어가기 전에 이를 막아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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