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누구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행복은 가장 어두운 시대에도 찾을 수 있어요!’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2년이 넘는 시간을 네덜란드 암스테르탐의 좁은 은신처에 숨어 지내며 써 내려간 ‘안네의 일기’에 적힌 내용이다.

모든 희망이 무너지기 쉬운 전쟁이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인류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잃지 않은 어린 소녀의 의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참담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미디어를 통해 목도하고 있다. 전쟁이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건 그 전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다름 아닌 민간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대 안네 프랑크가 겪었던 고통처럼 말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단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2천 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약 2천 600명이 부상 당하였다. 물론 지금도 그 사상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쟁과 무력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인도주의 통로(humanitarian corridors)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도주의 통로란 쉽게 말해 민간인 대피로로 불가침의 성격을 띤다. 전쟁 당사국은 해당 통로를 일정 기간 공격할 수 없다.

인도주의 통로를 설치하기 위해선 분쟁 당사국간의 합의가 필요하며 실천을 위해 고도의 중립성과 공평성을 함양한 인도주의적 중재자가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중재자의 역할을 국제적십자운동을 대표하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유엔과 긴밀히 협력하여 수행하고 있다. 해당 권한은 1949년 제네바협약에서 비롯된다.

5월 2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현재 마리우폴 아조프스탈 공장에 피신해 있는 민간인의 보호를 위해 마리우폴에서 자포리자(Zaporizzhia)로 가는 인도주의 통로 구축 작전에 돌입했다. 버스와 앰뷸런스의 호송대는 4월 29일 출발, 230km를 이동해 현지 시간으로 토요일 아침 마리우폴에 있는 공장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월 말부터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로인 인도주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당사국 간의 대화를 촉진해 왔고,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우크라이나 적십자 직원들과 봉사원들의 헌신이 연일 이뤄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현재 3차에 걸쳐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희생자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를 실시하고 있다. 현금 110만 스위스프랑(한화14.3억원)과 국내에 비축해온 담요 및 위생키트(약 3.2억원 상당)등의 구호물자를 신속히 지원하였다.

대한적십자사는 우크라이나 위기 발생 이후 희생자와 피란민 지원을 위한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했다. 5월 31일까지 한화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5월 2일 현재 33,842명의 기부 참여로 60억여원이 성금이 모금되었다. 적십자는 언제나 국민의 곁에 함께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524명 중 1명이 적십자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1,500만명이 지역사회 복지향상에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인천의 경우 25만여명이 기부를 통한 물적나눔에 동참하고 있고, 1만7천여명의 적십자봉사자, 480여개의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인천적십자의 인도주의 활동에 십시일반 힘을 더하고 있으니 실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인천적십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입국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음에 인천에 거주하는 22세대 76명을 대상으로 긴급 생계, 의료 및 주거 지원을 실시 예정이다.

5월 8일은 세계적십자의 날이다. 적십자를 창설한 앙리 뒤낭의 생일인 5월 8일을 기념하는 날로서 전 세계 192개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들이 적십자 인도주의 가치를 되새기며 실천을 다짐한다.

매년 이 날을 기념해 인도주의 주제를 정한다. 올해의 주제는 #BeHumanKIND, ‘친절한 행동의 확산을 통해 타인의 삶에 미치는 변화’이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최근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고국을 떠나 인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과 아프가니스탄의 특별기여자들 그리고 인천의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곳에도 인류애로 향하는 길인 ‘인도주의 통로’를 설치하여야 한다. 세계적십자의 날을 기념해 전 세계 사람들이 ‘친절함’의 힘을 믿고 곁의 이웃에게 친절한 행동과 말을 건넬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많이 장려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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