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가정의 달 5월이다. 이번 가정의 달은 우리나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 의미 있는 달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사회단체에서 경로효친 사상을 함양하고 노인들의 화합과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명목으로 5월 내내 위안 잔치를 벌이고 가족 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젠 코로나19로 일회성 행사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가정은 삶의 출발이자 종착역이다. 가정은 우리가 속한 그 어떤 조직보다 중요한 필연적 공동체다. 가정을 제대로 꾸릴 때만 가정 밖에서의 모든 삶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주거문화가 발달해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대형화되고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집이 크고 번듯한 반면 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황폐해졌다는 사실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가정이 흔들리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것은 지난날 우리 가정에 부여했던 전통적인 의미나 가치가 전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의 혼미 상황을 경험하면서 심한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정은 잠자고 깨어나고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이 숨 쉬는 곳이 돼야 하며, 가족끼리 비난보다는 용서하고 자기 주장보다는 서로 이해하는 곳으로 자식들의 교육 장소가 돼야 한다. 하지만 몫을 분명하게 가르는 사회가 되다 보니 가족끼리 재산 문제 등으로 법정에서 만나는 일이 잦아지는 한심한 사회가 되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생활비를 안 준다며 부모가 자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반인륜적 범죄 소식 등 가족의 목숨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패륜행위가 난무하는 사회를 보노라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정말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다수가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와 이해가 단절되고, 웃고 울고 어울리면서 핏줄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의 고민을 함께 걱정하는 배려가 사라지고, 사랑이란 토양 위에 이뤄지는 가정 내의 인격적 결함이 무너져 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충효 사상이 중요했던 선조들의 세대와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현 사회를 보노라면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핵가족 형태라는 가족제도의 변화에 따라 부모를 모시고 살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노인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식들이 부모에게 효도는 고사하고 부모를 폭행하는 사건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경제 발전과 함께 지구촌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핵가족화가 급진돼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가 무너지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높고 출산율이 낮고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혼율이 높다 보니 결손가정이 증가하고,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재로 인해 파생되는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같은 문제는 가정교육의 실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이 서로 닮아가지만 불행한 가정은 어느 사람이나 따로따로 놀기 때문에 불행하다. "어느 집이든지 사랑이 깃들고 우정이 손님이 되는 그런 집은 행복한 가정이다"라는 A. 반 다이크의 말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가정은 어떤 조직보다 중요하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는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이 모두 화합할 때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5월 가정의 달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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