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석 인천시 서구 기후에너지정책과장
안중석 인천시 서구 기후에너지정책과장

‘설국열차’,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이 세 가지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위기를 무시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끝없는 이기심으로 인해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이 시작됐고, 결국 인류는 멸종위기를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현실이 돼 버렸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로 멸종위기에 놓인 북극곰과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립을 위협받는 몰디브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테다. 이러한 피해는 비단 몰디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00년을 기준으로 2100년까지 해수면이 40~64㎝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자들 또한 전 세계 2억5천만 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재앙의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에 걸쳐 플랑크톤이나 동식물 사체로 생성돼 고농도의 탄소를 함유한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를 무한정 태움에 따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됐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내 이산화탄소 증가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효과의 77%에 기여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로는 쓰레기·농축산업에서 주로 발생하는 메탄(CH12), 비료 사용·소각 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10O), 에어컨 냉매 및 스프레이 분사제 등에서 발생하는 수소불화탄소(HFCs) 외에 반도체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과불화탄소(PFCs)와 전기 절연용 육불화황(SF6) 등이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등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Zero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흡수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같게 해 결과적으로 ‘순배출량 0’을 만드는 것이다.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나서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 절약 및 자원순환에 적극 동참하는 것 역시 필수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에너지 전환’을 위해 무공해 에너지인 수소에너지와 태양열·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최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친환경차 보급을 97%까지 대폭 확대하며, 산업 부문에서도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분야에 사용하는 연료 및 원료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해야 한다. 이 외에도 제로 에너지 건축물과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농기계·어선 연료를 전력화·수소화하며 저탄소 가축 관리, 쓰레기 발생량 감축 및 재활용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숲 파괴를 멈추는 한편,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수종을 식재해야 한다. 더불어 갯벌과 늪지대를 보호해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저장하는 방법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돈으로 환산해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으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삼림 조성 등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 

끝으로 모두 함께 일상생활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이다. 자동차 대신 걷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장바구니 이용하기, 분리배출 실천하기, 실내 적정 온도 지키기 등이 보다 절실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서구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5월 기후에너지정책과를 신설하고, ‘2050 탄소중립에 플랜B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지금 행동하자’를 행동강령으로 정해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점 사업으로는 탄소중립 지원 조례 제정,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구성, 지역에너지센터 설립, 친환경 자동차 운행 기반 조성, 탄소포인트제 및 친환경 보일러 설치 보조금 지원, 주민 홍보 및 교육 실시와 (가칭)탄소중립 지원센터 건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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