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석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유영석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우리는 즐거운 여행을 위해 끝없는 고민과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을 잘 해야 즐거운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일터에서의 안전도 그렇다. 

지난 2월 경남 창원지역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집단 중독사고가 발생했다. 화학물질을 사용해 세척 작업을 하던 16명의 노동자들이 중독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사업주는 화학물질 제조사의 거짓 정보 제공으로 안전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잘못된 화학물질 정보로 인해 관리에 혼란이 있었을 수는 있다.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소배기장치 등 환기설비나 호흡용 보호구 등 법에서 규정하는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그런 안전보건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중독사고는 누구의 잘못인가? 

사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조사 과정 중 여러 가지 잘못들이 드러난다. 제조사는 해당 물질을 허가받지 않고 제조·유통했고, 화학물질 취급 시 주의사항을 담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했다. 유통을 한 도매상은 판매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 사업장은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법에서 정한 환기나 보호구 착용 등의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제조사에서부터 사용 사업장까지 중 한 곳에서라도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화학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약 1천200만 종이 존재하고, 매년 2천 종의 새로운 물질이 개발돼 상품화된다고 한다. 따라서 화학물질은 우리 일터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고, 그만큼 생명의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됐다. 이러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제조사 및 사용자 등이 필수로 조치해야 할 내용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화학물질 사용자는 해당 물질의 유해·위험성을 정확하게 알고 반드시 안전조치가 선행된 다음에 취급해야 한다. 이때 물질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장 정확한 방법인 제조사가 제공하는 MSDS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질의 구성 성분, 취급 및 저장 방법, 독성에 관한 정보 및 착용할 보호구 등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화학물질을 제조·유통하는 사업주는 MSDS를 정확하게 작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사용 사업주는 MSDS를 현장에 게시하고 경고 표시를 부착해야 한다. 

또한 취급 근로자에게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필요한 보호구를 지급·착용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물질의 특성에 맞는 국소배기장치 등 환기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만약 사용하는 제품에 화학물질의 상세한 내용이 표기돼 있지 않거나 유해성이 불명확한 경우엔 사업주는 반드시 그 내용을 확인한 후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을 안내해야 한다. 화학물질 정보는 ‘안전보건공단 MSDS정보 사이트(https://msds.kosha.or.kr/)’에서도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사 및 사용자 모두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제대로 된 선택이 수반돼야 화학물질의 안전은 확보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화학물질 사용 시에 안전보건조치를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유해성의 주지(근로자에게 유해성과 질병, 취급 요령 교육), 환기장치(국소배기장치 등) 설치, 호흡용 보호구 착용 등의 3가지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행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은 아쉬움으로 끝나지만, 안전보건 문제에서의 잘못된 선택은 소중한 목숨을 앗아 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화학물질 집단 중독사고를 계기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사업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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