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바닥에 생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참혹한 수준이야." 스킨스쿠버로 남해 해상국립공원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아는 형님의 한숨 섞인 말이다. 전국의 바다를 누비는 그분은 남해뿐 아니라 제주와 동해안, 서해안의 바닷속이 과거에 비해 생태계 훼손과 생물종 감소가 심각하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쓰레기도 떠다니는 쓰레기나 해안가에 떠밀려 온 쓰레기보다 바닷속이 더욱 심각하단다.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이다. 4월 5일 식목일은 누구나 아는 데 비해 바다식목일은 아직 생소하다. 법정기념일이 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바다 숲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 지정됐다고 나온다. 올해는 ‘가꾸는 바다 숲, 꿈꾸는 미래 삶’을 주제로 기념식이 부산에서 열렸다. 해양도시이며 환경특별시 인천의 시민으로서 바다를 얼마나 가꿨는지, 또 바다에서 얼마나 미래를 꿈꿨는지 자문해 본다. 

바다에도 숲이 있단다. 잘피밭이다. 어원은 잘 모르지만 잘피(seagrass)는 바다에 자라는 풀, 즉 해초를 의미한다. 잘피는 잎, 줄기, 뿌리가 있고 꽃이 피는 바다풀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의 잘피가 서식하는데, 인천의 바다에서도 관찰된다. 바닷속을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지만 해안가에 떠밀려 온 길쭉한 잘피들에서 그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는 갯벌에 서식하는 거머리말, 바위 틈에 서식하는 새우말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거머리말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이작도 풀등 주변에서, 새우말은 선갑도, 소청도와 대청도, 백령도 등 바위 해안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바다 숲을 이루는 것에는 해조류(seaweed)도 있다. 미역과 다시마, 김과 톳, 모자반 등이다. 해조류도 잘피처럼 해양생물들의 서식처이며 광합성을 통해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 거머리말, 게바다말, 삼나무말, 새우말, 수거머리말, 왕거머리말, 포기거머리말 등은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하나뿐인 지구의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가 사막화이다. 경작과 방목 등으로 숲과 초지가 줄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기존 사막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 사막화가 바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갯녹음이라고도 하는 바다사막화의 심각성은 바다 전문가들에게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갯바위 등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 석회조류가 달라붙으면서 희게 변하는 현상이다. 좀 더 조사·연구가 필요하지만 해양오염이나 온난화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흡수원, 블루카본으로 바다 숲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잘피와 해조류의 탄소흡수원으로의 역할, 서식과 분포 현황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해양오염을 줄이고 바다 숲을 확대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는 분명하다. 행정·제도적으로 해양환경 보호정책이 수립·추진돼야 하고 바다 숲과 바다식목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 

바다는 시민들에게 여전히 멀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곳이다. 인천에서도 영흥도 갯벌에서 지역사회 협력사업으로 잘피를 심은 적이 있다. 한 번의 행사가 아닌 시민들이 해양환경보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5월 2일부터 13일까지 바다식목일 주간이다. 바다는 생명의 기원이다. 바다가 건강하지 못하면  지구도, 인간도 건강할 수 없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바다를 살리기 위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 숲을 가꾸자. 플로깅과 줍깅, 시민들은 해양쓰레기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행정과 제도가 뒷받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무 한 그루를 가꾸듯, 텃밭 한 평을 일구듯 이제 시민들이 가꾸는 잘피밭 한 평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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