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막으려는 중국의 군사 전략 ‘접근 저지·영역 거부(A2·AD)’의 제1열도선과 정확히 겹치는 일본의 ‘난세이 시프트’의 미야코 섬 일대가 최근 들어 "미사일로는 평화가 없다"는 외침의 상징적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한 시간 남짓 남으로 가면 6개의 섬으로 이뤄진 미야코지마가 나온다. 아름다운 해변과 ‘미야코 블루’라고 불리는 푸른 바다는 연 관광객 100만 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평화로운 섬에 재작년 미사일 부대가 들어서면서 미·중 갈등의 최전선으로 변했고, 미사일 부대 인근에 설치된 항공자위대의 레이더 기지는 최첨단 감청 장비인 ‘FPS7’ 레이더 2대가 작동하면서 중국의 움직임을 겨냥하자 그야말로 군사적 요충지이자 자칫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섬 주민들이 매주 수요일 오후와 목요일 오전에 선전전을 하는 이유다. "힘과 힘이 대결하면 평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는 주장부터 "군사기지가 완성될수록 전쟁이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지적, "솔직히 중국의 위협보다 눈앞에 있는 미사일 기지가 더 고통스럽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런 외침에 맞서 부근 일대에 군사기지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사일 기지를 더 확충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완벽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즉, ‘03식 지대공 미사일’과 ‘12식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고 내년 말까지 타이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요나구니섬에 전자전 부대를 상주시키면 혹 있을지 모르는 ‘타이완 침공’ 같은 급변 사태에 대응한다고 확고히 했다. 

거꾸로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군사행동을 결단한다면 중국군은 분명 이들 섬에 대한 선제공격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이 이런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본을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일본 역시 이 지역 방위 태세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단언하고 있어 미·일 협력의 상징이 됐다. 

문제의 핵심은 지역주민들이다. 그들이 벌써 1천500회가 훨씬 넘는 집회를 열면서 끊임없이 외쳐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을 곳이 어디인가? 바로 이곳이다. 우리가 계속 살아갈 이곳에 미사일 기지는 필요없다. 그들이 주민을 지킬 수 있다고? 어림없는 소리다. 미사일로 평화가 온다는 허튼말은 더 이상 필요없다."

미·중 갈등은 세계경제에 있어 어두운 현실이고, 정치·경제적 갈등 수준은 이미 군사적 대결 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북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했고, 한국 정부는 서둘러 "북한과 코로나 방역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의료·방역 등 인도적 협력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계하지 않고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측이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노동신문이 밝힌 바로 오후 6시부터 이튿날까지 전국적으로 39만2천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15만2천600명이 완쾌됐으며 800명이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발표에 대해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고 한 것도 그동안 북한의 행태에 비춰 보면 당연하다. 노동신문은 덧붙여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문자들에게 제때 정확히 가닿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의약품 보급의 부정적 현상이다. 

북한은 그동안 엄격한 국경 통제를 통해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자랑해 왔다. 그것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에 다름없다. 일부 외신은 북한이 중국에 기댈 것이라 전망하지만 중국 역시 현재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 마스크나 백신, 해열제 등을 공급하기에 그리 믿을 만한 나라가 못 된다. 그렇다고 우리 쪽 제안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이 국면을 타개하려 한다. 동북아지역의 미사일 발사, 미사일 기지 확장은 평화가 아닌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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