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후보는 ‘도시 전문가’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신 행정수도,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추진한 이력 덕분이다. 해당 이력은 이재준 후보가 초대 수원 제2부시장을 역임하는 원동력이 됐다. 학자에서 시민운동가로, 다시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이제는 새로운 수원을 위한 ‘W-City’ 건설에 도전한다. 안정된 일자리에 공원·병원·복지를 누리며 사람중심의 거리를 걷는, 소비가 이뤄지는 경제활력 도시를 만드는 일이 그의 꿈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재준 후보는 1965년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상고를 졸업한 뒤 막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이재준 후보도 어릴 적 아버지의 일을 종종 도왔다. 아버지가 시멘트, 모래, 물을 맨손으로 버무리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아직도 선하다.

이재준 후보는 책을 좋아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낮에는 학교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체육관에서 유도를 하며 보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포기도 고민했고, 전액 장학금을 주는 사관학교 진학도 생각해 봤다.

#효자동 윗동네의 기억

책에서 볼 수 없던 많은 정보와 사상을 대학에서 접했다. 이념, 문화, 빈부 문제에 충격을 받고 대학 3학년까지 학생운동에 매진했다. 당시 별명이 ‘코뿔소’였다. 학생회에서 일을 해내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수업 거부 운동을 추진했던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3학년 마지막 학기,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 대다수 운동권 출신은 졸업 후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해 내재된 본래의 꿈을 쫓으라"는 교수님 조언에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선후배에게 훗날 전문가로 사회 운동을 하겠다고 말한 뒤 공부에 전념했다. 그렇게 이른 나이에 공학박사가 됐다.

석사 시절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에 취업했고, 그가 살던 포항 효자동에 제2의 포항제철 주택단지 건설을 맡았다. 효자동은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눠졌다. 이재준 후보의 집이 있는 아랫동네는 빈민촌, 윗동네는 포항제철 사원 주택단지였다.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인 윗동네가 전문가로서 참여하는 첫 번째 주택단지가 된 셈이다. 어릴 적 꿈이 학문과 연구로, 그리고 현장실무로 연결됐다.

35살에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됐다. 협성 대학교 도시 공학과, 아주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일하며 ‘지속가능한 도시’에 관심을 가졌다. ‘시민참여 도시대학’도 10년 이상 운영했다. 도시의 문제를 거주민이 직접 진단하고 처방하자는 취지는 이때 시작됐다.

#염태영과의 인연

1998년 가을,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환경 친화적인 주거단지 모델’을 주제로 세미나에서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처장이던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처음 만났다.

염 전 시장은 ‘수원천 복원 운동사례’를 발표했는데 직접 실천한 내용이었다. 당시 이론 연구만 하던 이재준 후보는 이에 감동해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정책을 논의하고 현장에서 함께 실천했다. 시민운동의 동지로 지내며 우정과 신뢰도 쌓았다. 

염 전 시장은 2010년 두 번째 수원시장 도전에 성공했고, 이재준 후보는 기술행정총괄 제2부시장직을 제안 받아 행정가로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염 전 시장과 가치와 신념이 비슷했고 신뢰하고 존중해 평생 동지로 생각하게 됐다.

그는 부시장 재직 5년 간 ‘지속가능한 수원’, ‘거버넌스 수원’, ‘환경친화적인 수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가 만든 ‘도시정책 시민계획단’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도 모범사례로 등재됐다.

#도시 전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춰 신 행정수도,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추진했다.

이재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세종특별시 기틀을 마련한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 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의 효시인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위원회’ 부위원장도 맡았다.

낙후된 도시에 도시 전문가를 보내는 ‘도시닥터’ 제도를 통해 경북 봉화에 파견돼 은어 축제를 흥행시키고 송이버섯 박물관을 세웠다. 봉화는 3년 연속 1등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등의 정책을 설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도 역임했다.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던 교수이자 행정가로 수원을 발전 시킨 그가 다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맺다. 권력·계파·이념에 휘둘리는 정치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 서로 무릎을 맞대는 정치, 생활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위해서다.

이재준 후보의 핵심 공약인 수원도시철도 1~4호선 트램 도입, 시민이 주인되는 특례행정 추진, 서수원과 동수원의 균형발전에도 새로운 균형발전을 위한 그의 철학이 녹아들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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