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례 서울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김광례 서울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만혼으로 인해 초산을 경험하는 부부의 나이대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난임’을 겪는 부부들도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불임) 환자 수는 25만2천288명으로, 4년 전인 2017년 20만8천703명에 비해 4만여 명이 증가했다.

난임이란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원인 불명의 난임을 겪는 부부들은 대개 정자를 자궁 내에 주입하는 ‘인공수정 시술’을 먼저 시도하고, 이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체외에서 수정시킨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진료를 보다 보면 시험관 아기 시술 단계까지 와서 시술을 여러 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체외수정도 잘 되고 좋은 등급의 배아가 이식됐는데도 두 차례 이상 자궁 내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다. 이를 ‘반복 착상 실패’라고 부르는데, 각종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임신 성공의 ‘열쇠’가 된다.

잘 발달한 배아인데도 자궁 내 착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궁이나 난관(나팔관) 질환을 가장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궁근종이나 내막증으로 자궁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나팔관에 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임신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면역학적 질환으로 인해 자궁이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거나 혈전(혈관 속 핏덩어리) 성향 등이 있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적정 체중을 관리하고 음식을 건강하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9년 미국 보조생식술 학회 자료를 보면 BMI(체질량) 지수가 18.5~24.9(표준~과체중)일 때 배아 착상률이 29.5%였던 것이 BMI 50(고도비만)이 넘어가면 20.3%로 크게 떨어졌다.

식물성 오일과 통곡물, 생선, 유기농 채소, 과일을 주로 섭취하고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대신 유리,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많아지므로 착상 전 배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자궁 내막 수용성 검사(RNA 분석 검사)를 통해 배아 착상에 가장 적합한 날짜를 찾아내 착상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배아를 이식하는 시술 날짜에 소변을 참아서 방광을 채워 병원에 내원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배아 이식 주입 기구(카테터)를 자궁으로 넣을 때 방광이 꽉 차 있으면 입구부터 자궁 안까지 일(一)자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구가 꺾여 시술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난임은 환자별 문제점이 다양한 만큼 의학지식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여성병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난임 부부를 위한 강의를 비롯해 실시간 방송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난임 부부들은 임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불안감, 우울감 등을 겪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전문의와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면 난임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서울여성병원 산부인과 김광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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