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의 획일과 편향, 현실 안주 위주 교육을 끝내고 자율과 균형, 미래지향 경기교육으로 새롭게 바꾸고자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쏟아붓겠습니다."

2009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후보 간 1대 1 대결이 성사된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임태희 당선자의 일성이다. 

특히 임 당선자는 13년 만의 첫 보수 교육감으로, 김상곤과 이재정으로 이어지는 진보성향 교육감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다. 

그는 김상곤 전 교육감과 현 이재정 교육감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그가 재검토에 나선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현장 목소리 때문이다. 

예비 후보 등록과 함께 다양한 교육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프로젝트인 리스닝 투어를 시작한 임 당선자는 중간평가 과정에서 경기교육 문제점으로 ‘획일’, ‘편향’, ‘현실 안주’ 등 세 가지를 도출했다.

임 당선자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9시 등교제 폐지도 리스닝 투어 결과물 중의 하나였다.

그의 슬로건 ‘경기교육 HIGH’에도 경기교육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경기교육 HIGH’는 ‘High Tech(디지털 지능 역량 강화)’, ‘Infinity(한계 파괴)’, ‘Glocal(언어로, 국제교류)’, ‘Happy(행복은, 교육부터)’의 첫 글자를 땄다. 

그는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 인수위원회부터 경기교육의 새판 짜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게 인수위원장직을 맡겼다. 

13일부터 가동되는 인수위원회는 다음 달 13일까지 ‘9시 등교제’를 폐지하고 ‘혁신교육’과 ‘아침급식’ 등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새로운 경기교육을 위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와도 수도권 돌봄 펀드 조성 등을 통한 돌봄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도내 31개 지자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기관과도 논의를 이어간다. 

이 밖에도 임 당선자는 선거 직전 발표한 ‘경기교육의 불편한 진실’ 시리즈 9편에 대한 해결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해당 시리즈는 9시 등교제와 혁신학교를 포함해 기초학력과 학력 양극화, 돌봄교실·꿈의학교·꿈의대학, 교권, 학교폭력, 이념화된 교실·학교·교육청, 외면한 특수·다문화교육, 과밀학급·과대학교다. 

경기교육 미래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등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임 당선자를 만났다.

다음은 임 당선자와 일문일답.

-교육감에 당선됐다. 소감과 포부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도민 여러분들께서는 저에게 이구동성으로 제발 이번에는 경기교육을 바꿔 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의 교육에 피로감을 느끼는, 문제의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정책과 공약 역시 그 같은 바람에 부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권자가 바라는 비전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획일·편향 교육을 바로잡고 아이들의 학력과 인성을 공교육에서 책임져 달라는 당부라고 느꼈다. 경기도민이 원하는 경기도교육을 추진하고 완성하겠다. 

-7월 1일 교육감 취임까지 남은 기간 해야 할 일은.

▶사실 아직 제대로 된 당선자 인사도 못한 듯싶다. 선거에 당선되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의견도 듣는 중이다. 인수위를 꾸려 경기도 교육에 공백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과정인데, 정말 하루가 너무도 짧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수위가 꾸려졌으니 앞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경기도 교육 방향과 깊이가 조금 더 선명해지도록 할 예정이다.

-선거 기간 동안 많은 정책을 제시했다. 교육감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와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과제는.

▶우선 학력저하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시험이 없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우리 아이들의 기본학력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시험은 문제가 있지만 학력진단 한 번 없이 7년을 보내면 기초·기본 학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기본기가 없으면 어떤 역량도 쌓지 못한다. 학력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인은 코로나19에만 있지 않다. 그 다음은 돌봄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이다. 돌봄이 교육인가, 아닌가 논쟁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경기도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돌봄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부모는 학교돌봄을 원하지만 실제 돌봄을 받는 학생은 제한적이다. 부모도 아이도 안심 돌봄, 프로그램이 좋은 돌봄을 받게끔 지원해야 한다. 이 문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해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교 폭력에 관한 대안이 있다면.

▶학교폭력의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성교육 부재, 청소년의 에너지 분출 기회 박탈, 학생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 인한 문제 등이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인성교육 부재는 디지털 인성교육을 포함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단톡방 혹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이뤄지는 왕따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으로 표출된다. 인성교육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또 학교폭력에 대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 대한 명확하고 분명한 기준을 둠으로써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과 교육지원청에 변호사를 배치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 등 업무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 아울러 지자체, 경찰 등과 함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전의 ‘해맑음센터’와 같은 형태의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기숙학교 설립 추진도 구상 중이다.

-기존 경기교육 정책에 대한 견해는.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거쳐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선거 기간에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정책의 목적과 취지에서부터 세부 내용, 프로그램들까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정말 좋은 부분이 있다면 취지에 맞게 보완해 확산시킬 생각이고, 불필요하거나 낭비성 사업은 과감하게 손질해 나가고자 한다. 소통하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당선 인사에서도 밝혔다.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는 대로 소통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를 비롯해 교육청 행정직, 공무직 등 노조 대표와 협의회 등을 만나 정책에 대한 이야기, 현장의 어려움 등을 들을 예정이다. 학교 현장도 가능한 많이 찾아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다. 교육감 방문으로 학교에 부담되지 않게 미리 예고는 하지 않겠다.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많이 보고 대화하겠다. 이견이 많은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지난해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이나 스쿨넷 사업 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일어난 불통 행정은 없도록 하겠다.

-13년의 진보 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데 따른 경기도민의 걱정과 우려도 있다.

▶짧게 말씀드리면 ‘바꾸고-새롭게’다. 제 슬로건이 무슨 뜻이었는지 보여드리겠다. 도민이 느끼도록 하겠다.

-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면.

▶도민 여러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지난 13년의 획일, 편향, 현실 안주 교육을 끝내고 자율, 균형, 미래 지향 교육으로 경기교육을 반드시 새롭게 바꾸겠다. 제가 가진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경기교육의 미래를 위해 쏟아붓겠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사진=<임태희 당선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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