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산천초목이 짙어지는 신록의 계절 6월에 대학 캠퍼스는 기말고사와 학생 상담으로 분주하다. 코로나로 단절된 강의가 다시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삭막했던 캠퍼스에 낭만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엔데믹(endemic) 블루 현상으로 학생들은 소통의 낯섦을 체험하고 있다. 엔데믹 블루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랫동안 캠퍼스를 떠났던 학생들은 면대면 강좌의 생소함을 느끼고 있다. 대면 강의를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는 모습에서 최근 학생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 등 비대면 방식의 소통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MZ세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전화 통화를 거부하고 문자로만 소통하는 콜(call) 포비아(phobia) 증상을 보인다. 그들은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을 한다. 그리고 수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여 준다. 그들에게 전화벨은 공포이며 스트레스다. 음성 전화가 아닌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실제로 MZ세대의 58.2%가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29.3%가 면대면 소통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전화 통화는 11.2%만이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통계 수치로 세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세대 차이는 세대별 경험과 반응 차이로 발생한다. MZ세대는 텍스트의 문자보다는 스크린에 배치된 디지털 문자가 익숙한 세대이다. 디지털 문자메시지의 사용 경험과 사용 시간은 세대 차이를 구분하는 새로운 평가지표다. 기성세대는 문자메시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MZ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세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불편하다. 예컨대 키오스크가 설치된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다가 포기하고 나왔다는 기성세대의 기사가 종종 올라온다. 기성세대는 무인 결제 시스템의 키오스크에 배치된 디지털 문자를 터치해 스크린 속 장바구니에 음식을 담고 카드 결제를 선택하면 주문이 들어가는 소통 방식이 낯설고 불편하다. 그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목소리를 통해 주문하는 방식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 MZ세대는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제품 구매에서 회사 업무까지 많은 시간을 문자메시지로 소통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사회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공서나 기업의 서비스 영역에서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방식이 확장되고 있다. 앱을 깔고 챗봇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 상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가 목소리를 통해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었다면, MZ세대는 손가락 터치로 소통하는 세상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언어 중심의 세상에서 문자 중심의 디지털 세상으로 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들이다. 예컨대 문자를 검색하는 플랫폼 기업인 구글, 카카오톡 등의 IT기업들이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세상을 빠르게 만들어 가고 있다.

2023년 인천 송도에 세계에서 3번째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개관한다. 인천시민들은 박물관의 전시 콘텐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또한 문자박물관이 인천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문자박물관의 전시공간은 두 가지 관점에서 구성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50개가 넘는 세계 문자를 체험하는 전시공간이다. 국가별 문자 유물과 인류 문명사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문자를 체험하는 다양한 문자 콘텐츠가 배치될 공간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체험하면서 문자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는 전시공간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MZ세대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사회에서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지털 문자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체험·전시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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