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ESG의 G는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다. 기업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조직의 형태인 기업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나 틀을 가리키는 말이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에 이어 언급되는 지배구조 G는 기업의 E와 S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설정하고 추진하는 ESG의 원동력이며, 시스템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절차의 공정성에 그 무게를 두고 있다. 

먼저 지배구조 측면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투명 경영이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사결정은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감각 있게 이뤄져야 합리적이다.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종, 국적, 성별, 전문 분야를 초월해 이 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친화경영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정보를 편한 방법으로 접하게끔 온라인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기업설명회 개최 등 다채널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주주권이 빠짐없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 및 서면투표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소액 주주의 편의성 및 권익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개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유럽식 민주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불려왔다.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들어와 경영진과 공동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럽의 공동결정제도는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이다.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고용 유지와 투자, 신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노동자는 기업의 혁신과 장기 안정적 성장에 협력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노동이사 선정에서 노동조합은 직접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전 직원의 의사를 묻는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덕망 있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물을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사회부터 바꿔야 한다. E와 S, 그리고 G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소신껏 의견을 개진할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야 ESG 실행을 위한 제대로 된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 활동의 전 영역, 즉 구매와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 폐기물 회수까지 전사적으로 ESG가 녹아 들어가도록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ESG의 진정성을 알게 되면 각자 업무에 ESG를 접목해 실천하게 되며 그 시너지는 커진다. 이렇게 이사회와 임직원이 일체가 돼 ESG를 실행하면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가치가 동시에 올라가고, 그 결과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전문 경영인이 별도로 있지만 대주주인 지배 주주가 전문 경영인의 의사결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바로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집단에서 그런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재벌 총수가 그리 많지 않은 지분을 여러 계열사에 나눠 보유하면서 그룹 내 계열사들을 연결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내고는 있지만, 총수 지분이 낮은 계열사로부터 그렇지 않은 계열사로 돈을 옮겨가도록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의 소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큰 논란거리 중 하나다.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올라 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분위기다. ESG가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 나가는 데 영향을 더 크게 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부터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시급히 갖추고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결국 기업은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해 이사회 중심의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이의 전사적인 내재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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