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동 선임기자
인치동 선임기자

국립 인천대학교 뒤편에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있다. 면적은 1만3천480㎡에 불과하다. 송도국제도시 안에 있는 센트럴파크나 해돋이공원 등에 감히 견주지 못할 만큼 규모가 작다.

하지만 나름의 정취가 있는 곳이다. 널따란 목재 데크 위에서 바다 내음을 흠뻑 마시기에 그만이다. 일상의 묵은 때도 바닷바람에 훨훨 날리기에 제격이다. 저녁에 서해 바다의 노을 구경은 덤이다.

애초부터 이곳은 공원이 아니었다. 공유수면 위에 설치된 ‘케이슨 제작장’이다. 2004년부터 6년간 인천대교 철재 구조물 작업장으로 활용됐다. 대교 개통 후 방치돼 온 제작장은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제작장 외곽에 목재 데크를 깔면서부터다. 솔찬공원이 생기는 자양분이 됐다.

데크 너머 바닷가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신항 배후지원단지 호안 축조 공사다. 송도 매립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중이다. 1994년 7월 시작해 1999년 3월 매립이 끝난 송도 4공구를 시발점으로 현재 11-1공구까지 매립이 마무리됐다. 34.65㎢의 갯벌이 28년 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터전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직 미완성인 곳도 있다. 다름 아닌 6·8공구(6.34㎢)다. 6·8공구의 매립은 2006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8월 인천시와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 간 협약 체결로 개발 윤곽이 드러난다. 지금도 말 많은 151층 인천타워가 이때 등장한다.

SLC는 인천타워를 중심으로 6·8공구를 저밀도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민선4기 때다. 이 그림도 잠시, 머지않아 6·8공구에 먹구름이 낀다.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한다. 6·8공구 개발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시도 재정난에 처한다. 시는 우선 곳간을 채울 불쏘시개가 필요했다. 결국 8공구의 4개 용지(A1·A3·R1·R2블록)에 손을 댄다. 2012∼2013년 사이다. 토지리턴제와 현물출자 방식이 동원된다.

이 와중에도 시와 SLC는 협상을 이어갔지만 진척이 없었다. 그 사이 2014년 1월부터 ‘엑스포 시티 송도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개발의 불씨를 살리려고 2년간 논의를 한다. 결과는 무산이었다. 민선5기 시절이다.

시간은 흘러 2015년 1월 SLC와도 사업계획 조정 합의가 이뤄진다. 가용 용지 33만㎡ 우선 공급에, 95만7천㎡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여기에 땅값은 3.3㎡당 300만 원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큰 틀의 얼개는 그렸으나 부동산 경기는 녹록지 않았다. 시 입장에선 돈이 필요했다. 6·8공구를 관통하는 인천대교 북단(8공구)에 메스를 들이댄다. ‘가구 수 조정’이다. 이를 통해 시 재정을 일부 해결한다. 

자신감을 얻은 시정부는 남단(6공구) 개발에도 나선다. 국제공모 방식을 취한다. 2016년 말이다. 이듬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블루코어 컨소시엄을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협상 기간(4개월)이 지난 뒤 취소 결정이 난다. 2017년 9월이다. 민선6기 막바지다.

취소를 통보받은 컨소시엄은 법원으로 향한다. 2019년 7월 1심은 경제청이 승소하고, 2심(2020년 12월)은 패소한다. 장군 멍군이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재협상이 진행된다. 협상은 진척을 보여 올해 3월 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조건부 가결로 협약을 앞둔 상태였다.

운명의 장난인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판을 되돌려 놨다. 선거 결과 5년여 전의 인연이 재연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던 시정부의 재등장이다. 민선8기 인수위원회에서 벌써 6공구 국제공모 사업부지 개발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 주거시설이 과도하게 계획됐다는 지적 등이다.

얘기야 어떻든, 다음 달 민선8기 시정부가 출범하면 공식 입장은 나올 터다. 민선6기 초 SLC와 체결한 사업계획 조정 합의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다시 시정부 살림을 맡은 유정복 당선자의 의중에 달렸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송도의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대내외 경제 여건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15년간 6·8공구 개발사업을 옥죈 경제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기시감(旣視感)’이 ‘기우(杞憂)’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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