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아간다는 믿음 

서창록 / 1만4천400원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기후위기 등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대변혁의 시기다. 우리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지금 일어나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평범한 나와 이웃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 다가올 미래에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낼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 최초 유엔(UN) 인권위원으로서 인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여 준다. 과거와 현재의 인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본인의 경험을 통해 들려준다. 지금보다 인권이 가볍게 여겨지던 시절에 대한 회고와 현재의 성찰을 거쳐 저자는 미래의 인권을 생각하는 방향을 보여 준다. 

또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 세계에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될지 모색한다. 아울러 나라 밖에서는 어떤 인권 이슈가 있으며 유엔은 인권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여 줌으로써 나라 안에서 아웅다웅하는 우리의 시야를 아시아로, 나아가 세계 전반으로 넓혀 준다. 쉽사리 알기 어려운 유엔 인권위원들의 좌충우돌 활동기도 엿보게 된다.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공간적으로는 글로벌한 시야를 통해 저자는 인권의 좁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인권을 모색해 본다. AI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공정할 거라 믿는 사람들에게 인간 행동을 학습하는 AI는 공정성에도 인간을 뛰어넘지 못함을 AI의 각종 편파 판결 사례를 통해 일깨운다. 남아공에 여전히 남은 인종분리정책의 잔재를 보며 이주노동자들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을 겹쳐 보여 준다. 블록체인이라 하면 비트코인 투자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난민 신분증’을 만드는 또 다른 효용을 알려 준다.

인권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는 ‘인권 얘기 지겹다’고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때로는 피를 흘리며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냈다. 우리 사회의 인권은 더디지만, 중단 없이 나아가고 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저자는 이제 미래의 존엄을 생각하자고 말한다. 나만을, 우리나라만을,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인권의 좁은 경계를 허물어 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누구보다도 폭넓은 인권활동을 펼치는 저자의 혜안에서 더 넓은 인권, 갈등에서 조화로 나아가는 인권을 모색하는 지혜를 얻길 기대한다.

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

홍경환 / 스마트비즈니스 / 2만7천900원

 이 책의 저자는 10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간호해 온 평범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간병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강산이 변하는 동안 치매 관련 서적을 수십 권 탐독했지만, 치매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을 발견하지 못해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다.

 저자가 겪은 어려웠던 첫 번째 사례는 ‘치매 진단이 왜 늦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24시간을 함께하는 가족이 볼 때 분명 부모님에게 이상이 있지만, 병원에서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러 치매가족들과 교류하면서 이런 경험은 저자만이 겪은 게 아님을 알았다. 치매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가족들이 치매에 대해 풍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치매가족들과 교류해 온 경험이 쌓이면서 일반인들을 위한 ‘눈높이 치매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어려운 학술적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사례들로 치매를 설명하기에 평범한 일반인들도 치매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 웨일북 / 1만6천650원

 인도의 밀과 설탕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곡물 수확량 감소, 미국 남서부의 극심한 가뭄과 곡물 가격 상승 등 연일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뉴스가 나온다. 전쟁 장기화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전 세계는 갈수록 심각한 식량난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대대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선제 타격을 받게 됨은 명확하다.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 남재작 박사는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이 위기에 가장 취약함에도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같이 풀어낸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함께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벗어날 해답을 모색해 나간다. 1.5℃의 상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은 탄소중립에 도달할지 등 통찰력 있게 이야기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