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138분 / 로맨스 / 15세 관람가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서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그녀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 역시 남편을 잃은 서래를 처음 면담하는 순간 그가 범인임을 직감한다. 한국어가 서툰 서래는 남편의 죽음을 언급하며 ‘마침내’라는 단어를 썼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감을 느낀다. 신문과 탐문·잠복은 상대의 과거와 인간관계·성격·취향·버릇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해준은 자신의 수사가 사건 해결 대신 서래에 대한 인간적 관심에 쏠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스스로에게 좌절한다. 다른 피의자였다면 고급 초밥 대신 후배 형사에게 하듯 도시락을 사 줬을지도 모른다.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한다. 

 해준은 서래와 첫 면담에서 휴대전화를 두고 "패턴을 알고 싶은데요"라고 말한다. 서래는 해준이 맡은 다른 사건에 대해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면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고 묻는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사들은 "100% 수사 영화이자 100% 로맨스 영화"라는 박 감독의 말대로 사랑과 의심 양쪽에 걸쳐 있다.

 형사와 피의자가 서로 사랑하게 됐을 때, 사랑과 의심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서래의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두 사람뿐 아니라 관객 역시 사랑과 의심 가운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해준은 물론 관객도 마지막까지 서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점점 더 강력한 심증을 갖게 된다. 영화는 서래를 향한 해준의 사랑, 두 사람을 지켜보는 관객의 감정도 갈수록 같은 강도로 고조되도록 설계됐다.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이 시작된다. 29일 개봉.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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