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
황효진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

2014년 6월 민선6기 인천희망준비단의 일원이 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하는 영광을 입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차대한 현안과 산적한 민원들로 인수위원들의 지혜와 헌신을 요구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이번에는 8년 전과 달리 재정 문제 등 과거의 문제 해결보다는 제물포르네상스 등 지역 균형과 미래 창조를 향한 비전 제시가 우선 과제로 다뤄진 게 다행이다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8년 전에는 과도한 부채 문제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인천시와 파산위기에 몰린 인천도시공사의 재정 문제를 살펴보는 회계전문가로서 활동한 데 반해, 이번에는 지난 4년간 인천도시공사를 경영한 경험을 살려 인천시의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보다 폭넓고 심도 있게 들여다 볼 기회를 가졌다. 인식의 지평을 넓힌 쾌거였다. 

8년 전 인천희망준비단 마지막 날 총평(總評) 자리가 떠오른다. 그 자리에서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과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부른 가수 사이먼 앤 가펑클이 소환됐다. 당시 인천시의 재정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었다. 생사의 문제였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가 제시하는 숫자들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인천희망준비단 활동 내내 인천시에 환생한 햄릿의 독백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찾고 싶었다. 앞머리는 휘날리나 뒷머리 없이 발목에 날개 달고 날듯 달려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인천에도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 기회의 신이 올 때 방심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돼 줄 헌신자들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절창한 1970년대 팝싱어 사이먼 앤 가펑클이 소환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다행히 민선6기에 들어서면서 인천시는 재정위기단체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총부채 8조 원, 하루 이자 8억 원을 갚아야 했던 ‘88클럽’ 인천도시공사도 파산의 위기에서 탈출하고 주주인 인천시에 1천억 원 이상의 배당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제3연륙교 문제 등 많은 현안들의 해결의 실마리도 풀렸다. 공직자들의 헌신을 지켜본 카이로스 신이 그들에게 다가와 햄릿의 독백을 걷어간 것이 틀림없다. 위기가 끝난 뒤에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민선8기에 들어서면서도 가시적인 재정위기는 끝났지만 이음카드 문제 등 새로운 재정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고,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다가오는 가운데 새로운 재정위기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지역 불균형 문제, 1·8부두 개발과 6·8공구 투자 문제, 로봇랜드 사업 등 과거의 현안(懸案)들이 여전히 현안(現案)으로 남아 있었다.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초일류도시 인천의 꿈이 선포됐다. 문득 창세기에 등장하는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떠올랐다. 아브라함은 소돔을 심판하려는 하나님에게 간청한다. "소돔 성에 의인 50명이 있을지라도 그곳을 멸하시겠습니까?" 인천의 꿈을 실현해 갈 주역인 인천의 공직자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무원들이 가끔 복지부동의 화신으로 비난받을 때가 있다. 영혼 없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때도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외계인이 아니다. 가끔은 신분 보장의 우산의 그늘 아래 숨고, 착한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무자비한 감사에 움츠려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어려운 시험을 뚫고 입성한 능력 있는 합리적 집단임에 틀림없다.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 가득한 접시를 갖고 있는 자에게 상을 주고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실수로 접시를 깬 자에게는 벌을 주는 조직에서는 능력 있는 자가 무능한 자로 전락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성과를 아무리 내도 그에 상당하는 보상이 없는 조직 운영을 하면서 공직자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하물며 일보다 줄을 찾아 나선 이에게 자리를 주는 일이 있는 조직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천 공직사회는 합리적 인간들이 모인 곳이다. 모두가 수긍하는 신상필벌이 이뤄지고 미래의 비전이 제시될 때 그들은 초일류도시 인천의 꿈을 이뤄 갈 주역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조직의 혁신이 일어날 때까지는 아브라함이 말하는 의인이 인천에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다행히도 이번 인수위 활동을 하면서 인천시 공무원들 안에서 의인들을 봤다. 그들은 ‘귀찮이즘’에 빠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현혹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이고 전투적인 의인으로 보였다. 인천의 꿈이 이뤄질 희망의 근거를 발견한 것이다. 두 번째 인수위 활동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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