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비즈니스의 글로벌 트렌드인 ESG 흐름 앞에서 각 조직은 ESG를 어떤 식으로 기존 업무에 적용할지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한때 유행하는 캠페인 정도로 치부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면서 모두가 대응책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막상 ESG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제대로 ESG에 적응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해관계자별로 ESG 관련 요구를 분석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 대한 ESG를 관리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각자 회사에 맞는 중대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기업들의 ESG 경영은 여전히 그 근본 토대인 거버넌스가 개선되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진정성과 실행 의지가 바탕에 깔리지 않고는 ESG의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그 진정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바로 내부 직원들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부에 있다. 

바른 생활을 하는 기업 활동이 ESG 경영이다. 조금 더 구체화하면 ‘미래 핵심 사업과 연계해 사전에 의도한 환경보호(E)와 사회공헌(S)의 실질적인 효과를 추구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G)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라 하겠다. 여기에는 세 가지 중요한 관점이 담겼다. 첫째, 기업의 ESG는 반드시 미래 핵심사업 경쟁력과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행을 통해 미리 계획한 실질적 개선 효과가 측정되고 관리돼야 한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지배구조(G)는 이행의 토대가 되는 규율체계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주 이익에서 출발해 임직원과 고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과 이를 통한 지구와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핵심 이슈의 식별과 선정을 위한 중대성 평가가 ESG 경영의 시작이자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중대성 평가(materiality matrix)는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저탄소 경제에 노출된 위험이 얼마인지, 용수나 폐기물 관리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과 기술혁신에 대처할 수 있는지, 고용 여건 및 공급망 등에 내재된 위험은 없는지, 이사회 등 지배구조에 보완이 필요한지, 이토록 다양한 질문을 전방위적으로 던지며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아우르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은 바른 생활 경제 시민이 돼야 한다. 수익 창출에 혈안이 돼 앞만 보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투자안을 찾고 수익에 상반되는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력 제고를 위해 투자하고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많이 남겨 이해관계자들의 욕구까지 만족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에 노심초사한다. 이 과정에서 코로 숨을 쉬는 자연인이 바른 생활 태도와 인성을 갖추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적인 우등생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듯 기업조직도 하루하루 조직의 틀 속에서 녹여내는 시너지의 크기로 지속성장의 선순환 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ESG가 내재화돼야 한다. 

내재화 단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ESG는 규제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기업 시민으로서 응당해야 했으나, 그동안 성장에 치중하느라 미뤄 뒀던 일들을 스스로 찾아 실행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둘째, ESG는 전문가의 영역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ESG와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진정성’과 ‘내재화’의 문제인데, 그 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조직 내부에 있다. 전문성을 탓하며 외부 전문가에게 답을 구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셋째, 공시 의무화 등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세한 해설과 지침, 표준화된 단위 등을 제시해 기업들은 거의 기계적으로 빈칸을 채워 넣으면 될 정도일 것으로 안다. 알기 쉽고, 편리하고, 돈이 안 드는 공시 표준안을 만들어 서비스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넷째, ESG는 어디까지나 지구와 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기업들의 자발적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업장 안전과 인권, 탄소 배출 감축과 오염물질 정화, 협력업체 갑질 근절, 투명한 의사결정 등은 기업도 법과 사회규범을 지켜야 하는 법적 인격체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조직 간, 계층 간 차별이 없는 조직을 만들고 임직원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ESG를 내실화·내재화하는 방안을 찾아볼 때이다. ESG의 정답은 회사마다 제각각 다르다. 그리고 바른 생활 실천이다. 우등생이면서 모범생이 되기 위한 답은 회사 안에 있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전사적인 노력으로 답을 찾고 각 업무에 적용하는 내재화가 ESG의 마지막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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